셰릴 샌드버그의 <옵션 B>
이전 글 <내가 외로움과 우울을 이겨내는 5가지 방법>을 올린 후 신기하게도 많은 분들이 글을 읽어주시고, 좋아요를 누르며 공감해주셨다.
조회수 통계를 분석해보면 '우울'과 '외로움'이라는 키워드로 꾸준히 유입된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역시 외로움이 팬데믹 시기에 많은 분들이 겪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임을 느낄 수 있었고, 동시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기도 했다.
독자분들이 반응해주셨던 글들을 천천히 다시 읽어내려가다 문득 회복탄력성에 관해 재미있게 읽었던 <옵션 B>라는 책이 떠올랐다. 책의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 오랜만에 독서노트를 꺼내들었는데, 안에 기록해두었던 내용을 읽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책에서 지적한 '회복탄력성을 방해하는 세가지 요소'가 내가 우울에 빠져있던 당시 가졌던 생각의 패턴과 딱 일치했기 때문이다.
책 <옵션 B> 저자인 셰릴 샌드버그는 페이스북의 최초 여성 임원으로, 2015년 휴양지에서 남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는 일을 겪게 되었다. 이후 큰 상실감에 빠진 셰릴은 당시 겪었던 슬픔과 고통에 대해 자세히 기록했고, 나아가 역경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인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방법에 대해 심리학자들과 함께 고찰한 내용을 책에 담았다.
셰릴은 책에서 '세 가지 P' 이론을 소개하는데,
인생의 시련을 겪을때 우리는 흔히 '세가지 착각'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1. 개인화 (Personalization) : 자신의 잘못으로 역경을 겪게 됐다고 생각하는 것
2. 침투성 (Pervasiveness) : 이 사건이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3. 영속성 (Permanance) : 사건의 여파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나는 우울해지거나 외로움에 빠지면 모든 상황을 내탓으로 돌리곤 했다.
내 성격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생각해 내 안에서 문제를 찾으려 했고, 모든 원인을 나에게 돌리며 나 자신을 괴롭혔다. 그럴수록 자존감은 한없이 낮아졌고, 자기 파괴적인 생각에 사로잡혔다.
우리는 살면서 어떤 문제를 마주하면 제일 먼저 원인을 내 안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
저자도 남편의 죽음이 자신 때문인 것 같아 오랜시간 괴로워했다고 한다.
'조금 더 일찍 남편의 증세를 알아차렸더라면', '휴가를 가지 않았더라면..'
하지만 인생이라는 신비롭고 설명하기 어려운 시공간 속에 우리 통제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무수히 많다. 절대적으로 한 사람, 또는 하나의 사건에서만 원인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니 나 자신을 갉아먹는 심한 자책과 자기부정을 멈춰야 한다. 설령 나의 잘못으로 비롯된 일이 있다 하더라도 진심 어린 반성과 함께 교훈을 얻고 넘어가면 그만이다.
pervasive 이라는 단어는 '스며드는, 전염되는'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한번 마음이 무너지고 우울에 빠지게 되면 부정적인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와 전염병처럼 퍼지기 시작하고, 삶의 멀쩡한 부분들도 차례대로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정확히 내가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빠졌을 때 그랬다.
너무 외로워 > 내 성격에 문제가 있나? (나 자신) > 저 사람도 날 싫어하겠지? (주변 관계) > 나같이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은 사회에서 성공할수 없어 (사회/커리어) > 앞으로도 사랑받지 못할거야 (미래) > 내 인생은 가치없어 (인생 전체 부정)
외로움 뿐만 아니라 우리는 인생의 다양한 어려움을 만날 때에도 마찬가지다.
취업, 결혼, 사업의 실패를 겪으며 인생이 송두리째로 망했다고 생각하고 주저앉는다.
이제 인생은 끝났고, 주변 사람들도 떠날 것이며, 더이상 삶에 좋은 일은 없을거라고 속단해 버린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들은 여전히 내 곁을 지키며 나를 응원해주고 있고, 그동안 차곡차곡 성실하게 쌓아온 커리어와 삶의 귀한 경험들도 지금의 내가 있도록 든든한 바탕이 되어주고 있다. 인생의 모든 것이 한꺼번에 다 무너지고 있다고 느끼지만, 사실 모두 다 멀쩡하다.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살짝만 뒤로 물러나와 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면,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지 않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지금 망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일도, 사실은 그렇게 큰 일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우울한 상태에 빠지면 지금의 상황이 영원할거라고 착각하게 된다.
난 평생 이렇게 살게 될거라는 생각, 영원히 이 상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갇혀 버린다.
하지만 우리 인생을 잠시만 돌아본다면 금방 알 수 있다.
한때는 정말 죽을것 같이 힘들고 괴로웠던 순간들도,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던 순간들도, 어느새 시간이 흘러 과거의 일이 되어있다. 연인과의 이별이나 입시, 취업난, 실직, 등 각종 인생의 문제를 겪으며 앞이 캄캄했던 순간들, 좌절했던 순간들도 언젠가는 다 지나간다.
무엇이든 영원한 것은 없다.
자연의 순리대로 계절이 바뀌듯이, 밤이 지나면 또 새벽 동이 트기 마련이다.
다만 우울에 갇혀 있을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뿐이다.
그러니 지금 인생의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으신 분이 있다면 꼭 얘기해주고 싶다.
지금 지나고 있는 인생의 시기가 영원하지 않다고.
나만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 상황은 분명히 변한다.
지금 우울한 삶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면 아래 세가지를 기억했으면 좋겠다.
1. This situation is NOT your fault.
(이 고난은 내 잘못이 아니다.)
2. This will NOT affect every aspect of your life.
(이 고난으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지지 않는다.)
3. This will NOT last forever.
(이 고난은 평생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