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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부 May 27. 2022

인생의 불확실성 앞에서

불안은 덤

인생을 살다보면 예상치 못한 사건이나 변수들을 마주칠 때가 많다.

팬데믹은 삶을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었고, 오늘 이 순간에도 우린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인생을 살아간다.


나 또한 이런 인생의 불확실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얼마전 직장에서 비자발적으로 퇴사를 하게 된 것이다.


속해있던 프로그램 코너가 인사 변동을 겪게 되면서 한동안 재미있게 일했던 근무지를 떠나야 했다.

프리랜스 방송작가들에겐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임을 알고 있었고, 또한 쉼에 대한 열망이 한참 고조되던 터였지만, 좋은 사람들과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게 남는 것이 사실이었다.


공식적으로 업무를 마무리 짓고 난 며칠 후,

퇴사하면 꼭 해보고 싶었던 버킷 리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서점으로 향했다.

그동안 바빠서 읽지 못했던 독서를 할 생각에 신이 나 열심히 책들을 집어들었다. 눈길이 가는 책은 또 얼마나 많은지 경제경영서, 수필 에세이, 자기계발, 재테크, 심리학 등 집어 든 책의 분야도 다양했다. 그렇게 한가한 평일 오후, 나는 서점 까페에서 여러 책들을 쌓아놓고 한 권씩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분이 흘렀을까.

집중력은 금세 바닥이 났고, 다른 책이 눈에 들어왔다.

새 책을 집어 들었으나 이번에도 집중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하나의 책에 진득히 집중하지 못하고 이 책, 저 책 옮겨다니며 꽤나 산만한 모습을 보였다. 커피 때문이었을까. 심장이 빨라지고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해졌다. 결국 그날은 서점에서 있었던 네시간 동안, 단 한권의 책도 제대로 끝내지 못한 채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쯤되면 성인 ADHD인 것 아닌가'하는 합리적인 의구심과 함께.


불안은 다른 날에도 나타났다.

퇴사 후 여유가 생기면 해보고 싶었던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지만, 조급한 마음에 정작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무소속의 자유인이 된 기쁨을 아직 며칠 채 누리지도 못했건만, 무엇이 나를 이토록 불안케 하는 걸까.


누가 내 모습을 그려놨네..! (그림: 재수의 연습장)



우리는 정보 홍수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하루라도 소셜 미디어를 확인하지 않으면 시시각각 업데이트되는 세상 소식을 놓치기 십상이고,

재테크 용어, 성격 유형, NFT, 신조어, 또는 최근 드라마 히트작을 알고 있지 못하면 대화에 끼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또 소비하고 있는 콘텐츠들이 하나같이 던지는 메세지는 어떤가.

새벽 4시에 미라클 모닝으로 하루를 시작해야 하고, N잡을 뛰어야 하고, 부지런히 부동산 시세와 주식 동향을 파악해야 하며, 몇세까진 얼마를 모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미 지금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있지만 어딘가 항상 부족함을 느끼고, 초조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삶의 선택지는 많아졌지만 시간이나 체력은 한정되어 있고, 그로인해 놓칠 수밖에 없는 선택에 대한 아쉬움이나 후회, 미련 또는 불안을 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어느 해 전부터 '결정 장애', '햄릿 증후군', 그리고 'FOMO(포모증후군)'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게 된 것도 이러한 사회적 흐름과 맥락을 같이하는 이유다.


선택지는 많지만 정작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초조하기만 하다. 이 시대가 나은 불안 병, ‘FOMO’. (그림: 재수의 연습장)


팬데믹을 지나며 큰 변화를 겪은 노동시장 또한 우리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안겨주고 있는 듯하다.

원격 근무의 보편화로 이제는 거주 국가근무 지역에 대한 선택의 폭도 넓어졌을 뿐더러, 오피스 출근 여부출근일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분야를 막론하고 유튜브와 온라인 강의를 통해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배워볼 수 있고, 분야간 진입장벽이 낮아진 탓에 커리어 전환도 비교적 쉽게 꾀해볼 수도 있다.
말그대로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자유롭게 도전해 볼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무한한 자유와 선택지는 오히려 판단력을 마비시키고, 혼란을 야기한다.

넷플릭스를 켰지만 고민만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못보고 잠들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듣는다.

퇴사 이후 내게 나타난 불안과 조급함도 결국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막연함과, 세상의 흐름에 뒤쳐지는 것 같은 초조함, 그리고 수많은 선택지에서 갈팡질팡하는 마음이 모두 한데 뒤섞여 나타난 것이 아닐까.





세상이 가리키는 다양한 삶의 방향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마음이 번잡할 때면 항상 책이라는 안식처로 도망쳤던 나는, 결국 다시 서점을 찾았다.

다시 찾은 서점에서 마음을 비우고 손길이 닿는 곳을 자유롭게 따라가기로 했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 집어든 책은 결국, 가장 나다운 책이었다.


남들이 다 읽는 책, 있어 보이는 책, 세상이 주목하는 책 말고,

가장 나다운 결을 담고 있던 책.


여러모로 나를 닮아있는 책을 읽고 있으니 마음이 점차 차분해지면서 내면이 꽉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저자는 내게 나답게 살아도 괜찮다고 위로와 용기를 주는 듯했다. 그렇게 나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내게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나다움을 지키고, 내게 가장 중요한 가치와 신념을 지키는 일이란 것을.


앞으로 더욱 예측하기 어렵고 불확실해지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나의 중심이 더 단단해져야 할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내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보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내게 유의미한 길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힘을 기를 때에야 캄캄한 앞날을 살아가며 조금은 더 선명한 발자국을 내딛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냥 하지말라> 송길영 저자 또한 앞으로 급변하는 미래엔 ‘자기 주도적인  ‘나의 고유함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앞으로 나의 고유한 가치와 신념을 바탕으로 ’포기해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을 구분해가며,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인생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힘을 길러야 할 것이다.


'비전'이 있는 물고기는 세상의 물살을 거슬러간다. (그림 : Peter Hermes Furian)


나의 소신과 철학을 지킨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다수가 따라가는 흐름을 지켜보며 자주 불안해지고, 자주 조바심이 든다.


참 외로운 길이기도 하다.

내 곁에 남는 이들이 점차 줄어드는 것을 지켜보며 그저 홀로 묵묵히 제 갈 길을 갈 뿐이다.


비록 쉽지 않은, 자주 불안하고 초조한 길이더라도, 나는 내가 원하는 모습의 삶을 살아가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발걸음을 내딛기 전 질문을 던져본다.


“내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아트워크 제목 : 'into the unknown (미지의 세계로)'




위 작품은 포토샵을 배우고 난생 처음 만들어보았던 아트워크이다.

지금은 부족한 점들이 눈에 띄지만, 나의 가치관을 잘 담고 있어 지금까지도 가장 애정하는 작품이다.


아래는 작품에 담고자 했던 메세지이다.


"인생은 알 수 없는 미스테리로 가득하다.
삶은 우리를 예상치 못한 길로 인도하고, 그 누구도 미래를 알 수 없다.
하지만 용기와 자기확신이 있는 사람은 도전하기를 택하고, ‘미지의 세계'로 용기있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도전해보기 전까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Life is full of myteries. It often leads us to unexpected paths and no one can tell the future. But those who have courage and self-conviction choose to challenge themselves and boldly walk into the unknown.

What do you think? Would you go down the mysterious, but potentially rewarding road?
If you don't try, you'll never k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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