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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레나 Jan 29. 2024

수능날의 동대문 새벽시장

일의 의미를 찾아서


수능 끝나면 뭐 하지?


어떤 친구들은 술을 마신다고도 하고 어떤 친구는 집에서 잠을 몰아 잘 거다. 놀러 갈거다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그 곳은 바로 동대문 새벽시장.



교육열이 불타오르는, 치열한 환경에서 학창 생활을 했기 때문인걸까. 이제 공부는 진절머리가 났다.

사실, 열심히 한 것도 아니었다.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공부하는 ’느낌‘만 냈었다. 다들 열심히 하니까 나도 일단 앉아는 있었지만, 대학생이 되면 공부보다는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고싶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수능이 끝나고 나서도 놀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치열하게 일하는 현장’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생각난 곳이 동대문 새벽시장이었다. 바쁘게 열정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기운을 느끼고 싶었다.


그렇게, 수능이 끝나고 동대문 새벽시장에 갔다.


하지만 새벽시장에서 상인들이 기다리는 모습, 정말 많은 양의 옷을 비닐에 쌓여 각지로 배송될 준비하는 모습이 전부였다.


동대문 새벽시장에 대해 막연히 그렸던 그런 이미지.

활기차고 바쁘고 역동적인 모습을 기대했던 나는 조금은 실망했지만, 그래도 하루를 여는 사람들과 공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책상 앞에만 앉아있던 나에겐 큰 자극이었고 활력이었다. 첫차를 기다리며 24시간 카페에서 친구들과 잠시 엎드려 쪽잠을 청하면서도 아,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하는 즐거운 감정이 들었다.



수능 점수가 나왔다.



당연히 SKY를 갈 줄만 알았던, 이상만 높았던 나는 보기좋게 SKY는 쳐다볼 수 없는 성적표를 받았다. 어찌보면 큰 꿈을 꿨기에 무난한 대학교라도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재수는 굳이 하고싶지 않았다. 열심히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1년의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열심히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에.


안전한 점수로 넣은 대학교에서 합격 소식을 듣고부터 나의 단 하나의 질문은 시작됐다.


뭐 하면서 살면 행복하게 살까? 어떤 일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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