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는 토요일마다 반복되는 알람처럼 묻는다.
"우리 일요일 두시에 어디 안 가죠?"
"안가"
이때부터 아이의 얼굴엔 비장함과 설렘이 가득하다.
아이가 일요일 두시를 기다리는 건 몇 번의 우연의 반복으로 알게 된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일요일 두시쯤 밖으로 나가면 같은 반 친구인 민우랑 재영이를 마주칠 수 있다는 것.
사회성이 떨어지다 보니 먼저 친구에게 연락하거나 친구네 집 벨을 눌러서 같이 놀자고 하는 일은 아이에겐 에베레스트 등정만큼 어려운 일이다.
두시에 나가 우연히 만난 것처럼.
이것이 아이가 무리에 합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고 이 단계까지 성공하면 같이 노느냐? 주위를 빙빙 돌다 졸졸 따라다닌다.
그런 아이가 다섯 시가 넘도록 들어오지 않길래 밖으로 나가보니 버스정류장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덩그러니 서있었다.
"여기서 혼자 뭐해?"
"친구들이 농구하러 가서 나도 가려고 버스 기다려요. 친구들이 나는 4시 30분에 버스 타라고 했는데 안 왔어요. 계속 기다려도 안 오는데 5시 20분에 있다고 해서 더 기다리고 있어요"
"누가 그래? 거기 가는 버스는 6시 10분에나 있는데 도대체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던 거야!"
속이 뒤집어졌다. 아이가 집에 안 들어오는 이유가 재밌게 놀고 있어서일 거란 기대나 하지 말 걸. 버스 시간을 속여가며 아들을 우롱한 친구들에게 화가 치밀었다. 아니 그보다는 이런 일이 끝이 없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화가 났다.
도시를 피해 시골로 왔음에도 같은 일은 반복된다.
버스시간표 보는 법부터 다시 차근차근 알려주는데 '중학생이 됐는데도 이런 것까지 알려줘야 해?' 하는 걱정이 내 속을 바글바글 끓인다. 그러나 언제나 화가 나는 건 내 몫이고 아이는 자기가 친구들에게 당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해 해맑다.
'친구들의 행동은 너를 따돌린 거야!'하고 알려주어야 하는지 잠시 고민했지만 교육의 효과보다 아이가 받을 상처가 더 클 것 같아 그만두었다.
돌아오는 토요일이 되면 또 묻겠지.
"일요일 두시에 어디 안 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