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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enity Jelly Feb 25. 2022

아이들의 말

나를 눈물 나게 한 예쁜 말




The important things is that we stick together.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함께 한다는 거야.


토이스토리 中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아이들의 예쁜 말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밉게 말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기도 한다.

최근 들어서 부쩍 커버린 아이들은 말대답도 제법 잘하며 나에게 상처 아닌 상처를 많이 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하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한껏 들뜬 아들이 나를 붙잡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엄마, 엄마! 내 얘기 들어봐~ 집중해야 해! 우리 마리모 키워야 돼!”

갑자기 들은 마리모라는 단어는 나에게 너무 생소했다.

마리모가 무엇인지 물어보니, 아들은 친구에게 들었다며 신나게 이야기했다.

“마리모를 키우다가 마리모가 둥둥 뜨면 소원이 이루어 진대!”

그러면서 신이 나서 마리모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나는 두 아이가 막 하원하여 함께 있는 데다가, 양손에 들려있는 짐들 때문에 무슨 말인지집중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집에 가서 함께 찾아보자는 말을 하며 집으로 향했다.

아이는 조금 섭섭한 표정을 지었지만, 집에 가서 꼭 같이 마리모에 대해 찾아보기로 약속한 거라며 앞으로 먼저 걸어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마음이 매우 급했던 것 같다.

엘리베이터에서도 마리모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마리모는 우리가 꼭 키워야 돼!”

“오빠! 마리모가 뭔데?”

“마리모는 소원을 이뤄 주는 거야! 갈색이 되면 소금만 넣어주면 다시 살아난데!”

“그럼 나도 소원 빌어야지~!”

“소원은 하나만 이뤄 주는 거야! 그러니까 잘 키워야 돼~”

집에 도착한 아이들은 옷을 벗어던지고 손을 씻으며 나에게 빨리 마리모에 대해 검색해 보자고 재촉했다.

나는 속으로 ‘검색하면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할 텐데 어떻게 설득을 하지?’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동안 무당벌레, 달팽이, 벌레잡이 식물 등 많은 것들을 키워봤지만 정말 키우는 데는 재주가 없는  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을 설득할 요량으로 양쪽에 아이들을 앉히고는 ‘마리모‘ 검색에 들어갔다.

검색하는 내내 아이들은 너무 신이 나 있었다. 함께 구매 페이지에 나온 설명을 보고 있을 때 큰아이가 외쳤다.

“엄마! 마리모는 우리가 키우기 쉬워! 잘 안 죽는데~”

글씨를 읽는 큰 아이가 설명 페이지에 적혀있는 글을 읽으며 신이 나서 말했다.

같이 스크롤을 내리면서 본 마리모는 수경식물로 일주일에 한 번만 물을 갈아주면 100년도 산다는 설명에 나 또한 놀라기도 했다.

큰아이와 둘째 아이는 계속해서 소원을 빌어야겠다며, 두 개를 사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처음 접하는 식물이기에 우선은 한 개만 사기로 가족회의를 가장한 설득을 한 후, ‘구매하기‘를 눌렀다. 아이들은 마리모가 도착 하기 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산타할아버지의 선물보다도 더 기다리고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마리모가 도착한 날, 아이들은 서로 꾸미겠다고 앞다투어 나섰다.

정말 엄지손톱만큼 작은 마리모를 보며 신기하기도 하고, 이게 정말 자랄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계속해서 마리모를 사달라고 노래를 부르던 아이들이 계속해서 말하던 소원을 이뤄준다는 그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찾아본 바로는 마리모가 물 위로 떠오르면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전설을 가진 행운의 식물이라는 이야기를 소개 페이지에서 보았다.

소원이라기보다는 행운인데, 아이들 사이에서는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는 모양이다.

마리모 수조를 꾸미며 아이들에게 마리모가 물 위로 떠오르면 어떤 소원을 빌 것인지 물었다. 둘이서 눈빛 교환을 하듯 서로 쳐다보더니 말을 해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어떤 소원이길래 말하지 않는 것인지 계속 물어보니 그때서야 큰 아이가 말했다.

  

“사실은 우리는 마리모를 더 일찍 샀어야 돼.”

“왜?”

“마리모가 엄마가 아프기 전에 있었으면, 마리모를 잘 키워서 둥둥 떴을 때 엄마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을 거야!”

그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애써 눈물을 삼키며 아이들에게,

“엄마 이제 괜찮아~”

라고 이야기하자 큰아이가 이야기했다.

“엄마 그래도 가끔 아프잖아! 난 마리모가 둥둥 뜨면 엄마 건강하게 해달라고 할 거야!”

그 말에 덩달아 둘째 아이도 이야기했다.

“나도 오빠랑 같이 엄마 건강하게 해달라고 기도할 거야.”

눈물이 흐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너무 예쁜 아이들의 마음에 순간 아이들 둘을 꼭 안아 주며 말했다.

“엄마만 건강한 게 아니라 우리 모두 다 같이 건강하게 해달라고 소원 빌자.”라고...

아이들에게 걱정만 끼치는 엄마라 너무 미안했다.



 * Serenity Jelly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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