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정도 되는 교직 생활 동안 나는 매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걸어왔다.
유치원 교실에서의 나, 현장에서 정책까지 이어온 활동들.
나는 늘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더 잘 가르치고 공립유치원 현장을 더 좋게 바꿀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안고 움직였다.
교실에서는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을 아낌없이 쏟았다. 때로는 칭찬으로, 때로는 단호한 훈육으로. 주말을 앞둔 매주 금요일, 하루일과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우리 반 아이들 한 명 한 명 꼭 안아주며 "사랑해 OO아.",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인사를 주고받는 그 순간들이 나를 버티게 해 줬다. 내가 왜 유치원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는지 다시 떠오르게 해주는 순간들이었다.
수업 자료를 준비할 때는 우리 반 아이들의 발달과 흥미를 끝없이 고민했다. 낮에는 아이들과 함께, 밤에는 수업을 되돌아보며 더 나은 방법을 찾았다.
학부모를 대할 때에는 아이가 잘 성장하도록 돕는 파트너로서 진심으로 임했다.
행정업무를 할 때도 누군가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오류 하나도 놓치지 않게 미리미리 준비하고 검토했다.
그렇게 진심과 전력을 다하며 일을 하다 보니 더 많이 지치기도 했고 더 깊게 상처받는 날도 많았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계속 묻곤 했다. 나는 왜 여전히 이 자리에 있을까. 그리고 앞으로 어디로 어떻게 걸어가고 싶을까.
돌아보면 어느 자리에 있든 프로불편러인 나의 성향은 빠지지 않았다. 틀린 건 틀렸다고 말하고, 넘어가선 안 되는 건 끝까지 붙잡고, 바뀌어야 하는 건 바뀔 때까지 놓지 않았다. 그것은 나와 만날 사랑스러운 우리 유아들, 함께 고생하는 동료들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더 집요하게 매달릴 수 있었다. 그 치열함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사람은 관심 없는 대상에게는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다르게 말하면 나의 프로불편러 성향은 더 잘 가르치고 싶다는 마음, 공립유치원 현장을 지키고 싶다는 책임감의 다른 이름이었다.
유치원 교실이 안전하지 못할 때, 우리 유아와 유치원 교사들이 외면당할 때, 누군가는 불편한 이야기를 꺼내야 했다. 나는 그 '누군가'가 되는 것을 피하지 않았다.
좋은 날에도, 울고 싶은 날에도, 변하는 것이 없는 것 같아 지치고, 그만하고 싶은 회의감이 몰려오던 날에도, 나는 이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불편함은 내가 이 일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그 불편함은 나를 교육청과 교육부, 국회로까지 발걸음 하도록 이끌었다. 내가 겪어온 어려움에서 시작된 고민이 공익으로 확장되는 과정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보람 있었고, 동시에 나를 성장시키는 시간들이었다.
공립유치원 현장은 매일 조용히 울부짖고 있다. 하지만 법과 제도는 늘 몇 발짝씩 늦는다. 10년 동안 내가 본 공립유치원 현장은 그랬다.
유아와 유치원 교사들을 위한 안전장치가 구멍 나있는 법과 제도,
교사가 교사답게 일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구조,
시스템이 아닌 개인의 헌신으로 유지되는 교실,
유아교육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사회적 편견과 정책적 소외....
나는 유치원에서, 교육청에서, 교육부에서, 국회에서, 그 외의 각종 자리에서 이 세계를 반복해서 마주했다. 그래서 더 확신하게 되었다.
공립유치원 현장의 목소리가 제도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립유치원 교사들이 직접 정책과 제도를 논의하는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그리고 다 같이, 더 많이, 더 크게, 더 선명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
얼마 전, 열 달의 시간을 지나 뱃속의 아이가 태어났다. 나는 이제 교사이자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아이를 품고 낳고 돌보는 것은 아무리 준비해도 불안하고, 아무리 배워도 늘 새로운 질문이 생기는 일이라는 걸 온몸과 마음으로 실감하고 있다.
임신과 출산, 육아라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고민과 걱정, 불안이 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불안은 나를 약하게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교사로서의 시선을 더 깊게 만들어 주고 있다고 믿는다.
엄마가 된 나는 교사로서의 나,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나를 다시 정의하는 중이다. 그리고 이 재정의는 분명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 말할 것이다. 방식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우리 아이들과 공립유치원 현장을 위한 목소리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공립유치원 교사로서의 경험, 교원단체에서의 정책 실무, 교육부와 국회를 상대해 온 실전 경험, 그리고 엄마로서의 직관까지 더해진, 이전보다 더 단단한 언어가 될 것이다.
교육 현장은 몇몇 사람의 희생과 영웅적인 행동으로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주 느리더라도 내가 바라는 교실을 계속 꿈꾼다.
교사가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유치원,
교육이 교사 개인의 헌신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유지되는 사회,
불편함을 말하는 사람이 유난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으로 남는 현장.
나는 앞으로도 오늘의 문제를 내일로 미루지 않는 교사로 살고 싶다.
그리고 누군가의 용기로 내일의 유아교육은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