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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엄마 Jun 29. 2024

아줌마 아니야 우리 엄마야

아이의 말말말


"아줌마 아니야. 이준이 엄마야."


놀이터에서 6살 누나가 내게 "아줌마 비켜주세요," 하니 이준이가 억울한 듯 소리친다. '아줌마' 아니고 '이준이 엄마'라고.


이게 뭐라고 이렇게 감동이람?




이준이가 또래보다 말이 늦어 많이 걱정했었다. 다른 아이들은 세 단어를 연결해서 말할 때 이준이는 단어 하나조차 제대로 입 밖으로 잘 뱉지 않았다. 조금 이르지만 언어 치료를 받아야 하나, 책을 더 읽어줘야 하나, 말을 더 많이 시켜서 언어 자극을 주어야 하나, 이런 고민들로 밤을 지새우곤 했다.


걱정했던 날들이 무색할 정도로 42개월에 접어든 요즘, 이준이는 말을 많이, 그리고 예쁘게 하고 있다.


울퉁불퉁한 콘크리트 바닥 위로 푸쉬카를 타고 가면서

“바닥이 울퉁불퉁한가 봐. 차가 덜컹거리네?" 라고 말하니,

"엄마, 내 생각에는 차가 추워서 덜덜 하는 것 같애.“ 한다.


가슴을 후벼 파는 말도 한다.


"오늘은 이준이가 밥을 두 번(두 그릇) 먹어서 엄마가 빨리 왔어?"


워킹맘으로 늘 퇴근시간에 쫓기며 저녁 늦게 하원시키다가 최근에 건강상 휴직을 하게 되면서 5시에 데리고 왔더니, 어린이집 문이 열리자마자 이준이가 신나서 한 첫마디다. 앞으론 자주 일찍 하원을 시켜야겠다 다짐한다.




“이준이가 엄마, 아빠 말을 잘 들어야 자전거가 온대~”


일주일 내내 자전거를 사달라고 조르는 이준이에게 별 뜻 없이 한 말인데 이준이의 대답이 다시 한번 마음을 울린다.


“이준이가 엄마, 아빠 말 잘 안 들어서 미안해.”


언제 이런 말을 할 정도로 컸지. 뜻을 알고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새삼 이런 말을 입 밖으로 뱉을 만큼 자란 이준이가 대견스럽고 한편으론 더 좋은 엄마가 되어주지 못해 못내 미안하다.


이준이의 말 한마디가 나의 기쁨이 되었다가, 걱정이 되었다가, 다짐이 되는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아쉬운 ‘육아 황금기’가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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