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지역사회, '경제 성장'만으로는 왜 부족한가

지역발전의 목표를 재정립해야 하는 이유

by 김신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상점들. 우리는 오랫동안 이런 풍경을 '성공한 지역'의 상징으로 여겨왔습니다. 지역사회의 성적표는 ‘지역내총생산(GRDP)’이라는 단 하나의 숫자로 매겨졌고, 더 높은 성장률은 우리 모두의 지상 과제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질문을 던져볼 시간입니다. 과연 GRDP라는 숫자 하나가 우리 지역사회의 건강과 행복을 모두 담보할 수 있을까요? 화려한 성장의 이면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요?


성장의 시대, 그리고 그 그림자


20세기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경제 성장'은 빈곤을 해결하고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준 위대한 동력이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이 곧 더 나은 삶이라는 믿음은 합리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그 그림자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 환경의 역습: 끝없는 개발은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라는 청구서로 돌아왔습니다.

- 깊어지는 격차: 도시 전체의 파이는 커졌지만, 누군가의 조각은 더 작아졌습니다. 소득 불평등과 주거 불안은 도시의 새로운 질병이 되었습니다.

- 사라지는 공동체: 앞만 보고 달리는 사이, 이웃과의 관계는 옅어지고 공동체 의식은 약해졌습니다. 우리는 더 부유해졌지만, 더 외로워졌을지 모릅니다.


교통사고가 나도, 환경오염을 정화하는 데 돈을 써도 GRDP는 올라갑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를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하나의 숫자'가 가진 명백한 한계를 인정해야 합니다.


지역사회의 '성공'을 다시 쓰다: 진짜 목표를 향하여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새로운 목표로 삼아야 할까요? 경제 성장이라는 중요한 지표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를 지역사회의 건강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로 재배치하는 것입니다.

국제표준화기구 iso에서 정의한 지속가능한 지역사회의 목표, 6가지 가치는 바로 이 종합 검진표와 같습니다. 이 6가지 새로운 목표는 무작위로 선택된 가치들의 목록이 아닙니다. 이들은 서로를 떠받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하나의 잘 짜인 건축물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구조는 크게 세 가지 층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1층: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토대’

지역사회가 존재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물리적, 환경적 기반입니다. 미래 세대가 필요로 하는 자연 자원과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재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1. 환경 보전 및 개선: 대기오염, 수질오염 등을 줄이고 생물다양성을 보호하여 현재보다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개선'의 측면입니다.

2. 책임 있는 자원 사용: 물, 에너지 등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순환 경제를 구축하는 '보존'의 측면입니다.


2층: 지역사회의 존재 이유인 ‘사람’

튼튼한 토대 위에 우리가 지역사회를 만드는 궁극적인 이유, 바로 시민의 행복과 공동체의 건강함이 자리합니다.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차별 없이 안정되고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3. 웰빙: 시민 개개인이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4. 사회적 결속: 모든 시민이 차별 없이 어울리고, 서로 신뢰하며 연대하는 건강한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3층: 지역사회의 경쟁력이자 최종 결과물인 ‘종합 역량’

1층과 2층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지역사회는 다른 곳과 차별화되는 강력한 경쟁력이자 종합적인 역량을 갖추게 됩니다. 단순한 성장을 넘어, 안정적이고 포용적인 경제를 만들고 다른 두 축과 시너지를 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5. 매력도: 이는 환경, 사회, 경제적 가치의 총합입니다. 쾌적한 환경, 높은 삶의 질, 활발한 사회적 교류가 이루어지는 곳은 자연스럽게 살고 싶고 투자하고 싶은 '매력적인' 장소가 되며, 이는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의 기반이 됩니다.

6. 회복력: 이는 세 가지 축 모두를 아우르는 안전장치입니다. 환경적 충격(기후변화), 사회적 위기(전염병), 경제적 충격(금융위기)이 닥쳤을 때, 공동체가 빠르게 회복하고 더 강해질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성장에서 성숙으로


이제 지역사회의 목표는 단순히 몸집을 불리는 '성장(Growth)'에서, 내실을 다지고 균형을 맞추는 '성숙(Maturity)'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경제 성장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것이 환경, 사회라는 다른 두 기둥을 약하게 만드는 유일한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다음 글부터는 이 6가지 새로운 목표들이 각각 어떤 의미를 가지며, 우리의 지역사회들을 이 기준으로 바라볼 때 어떤 새로운 모습이 보이는지에 대해 하나씩 깊이 있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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