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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의 진짜 문제

워킹맘의 비애 -시선

by 세렌 Seren Mar 0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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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하시는 거 아니에요? 낳았으면 그래도..."

워킹맘을 하며 마주친, 여러 눈빛들에서 읽은 말이다.


복직 두 달 전, 돌이 된 아이를 데리고 어린이집을 찾아다녔다. 일명 '적응 기간'을 위해 두 달은 온전히 좋은 어린이집을 찾는 데 집중해기로 한 터였다.


맞벌이라 하루 종일 있어야 하는 어린 아기에게 편안한 선생님과 공간을 찾아주는 일은 어른인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나는 당연히 맞벌이라 연장반을 신청해야 했다.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7시 반까지 운영되는 연장반. 인터넷에서 쓰여지는 말들을 믿었지만 실상은 5시만 되어도 어린이집은 텅 빈다고 했다. 어떤 직장이라야 이렇게 일찍 아이를 데려갈 수 있나 싶었는데, 조부모님이나 하원 도우미를 따로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모두 일하시는 양가 부모님을 두고, 고작 2~3시간을 위해 하원 도우미를 구하기도 내키지 않았던 우리는 서로 최대한 빨리 퇴근해 하원하는 방법을 택했다. 연장반 선생님이 전문가인데 굳이 집으로 데려와야 할까? 도우미도 자주 교체된다는데, 낯을 가리는 우리 아이가 적응할 수 있을까? 물론 비용도 부담이었다.



주변에서 신축에 큰 규모로 나름 명성이 있었던, 국공립 어린이집 오리엔테이션에서 담임 선생님은 말했다.


"연장반 하는 아이가 원에서 20% 정도인데, 보통 5시반이면 다 가고 ㅇㅇ이만 남아요. 하원시간을 확실하게 얘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무리 빨라도 6시반은 넘을 것 같은데... 마감시간까지는 꼭 올게요"


"그렇게 늦게요? 아... 연장반에 잘 인계되도록 해볼게요."


선생님들은 경악했고, 같은 나이 선생님들은 회의에 들어갔다. 마치 우리 아이가 문제라도 되는 것처럼.


어른이 보면 참 시설 깨끗하고, 잘 정돈된 그곳을 나왔다. 선생님들의 '직장'으로는 최고로 보였다.

하지만 우리 아이가 하루 종일 있기에는 최신 개업한, 딱딱한 피부과 같은 느낌이 들어 고민 끝에 나왔다.


'내가 보기에' 좀 편안한 환경으로 옮긴 어린이집에서는 잘 적응했고, 나름대로 만족도도 높았다.

여기서도 마지막 아이라는 사실인 것만 제외하면.


다닌 지 이틀, 연장반 선생님이 말했다.

"아이가 이 시간까지 피곤하겠어요. 아까 하품하더라고요."



그 말이 귓가에 오래 맴돌았다. 죄책감을 주는 말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매일 퇴근 후 1분이라도 늦지 않도록 달려갔다. 아이가 안쓰러워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눈치가 싫어서.


30년 동안 원을 운영하셨다는 이번 원장님은 반복적으로 내게 말했다.

"그래도 엄마가 그러면 안 돼요."

"엄마가 얼른 데리고 가서 눈 마주치고 놀아줘야지. 저녁밥은 따뜻하게 해줘야지. 애가 불쌍하지도 않아요?"

"내가 ㅇㅇ 대신해서 얘기하는데, 엄마가 너무 이기적인 거야."


예전에는 물론 그랬겠기에, 나는 웃으며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그게 사실이었다.

하루종일 등원에 출근에 뛰어다니고, 집안일까지 배로 늘어난 삶이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물론 커리어 욕심이 있고, 육아와 일을 모두 잘 해내고 싶은 엄마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이 비난받는 일은 익숙하지 않았다.


아, 이래서 아이를 안 낳나?

처음 느낀 감정은 오히려 어린이집에서 찾아왔다.


시대가 변했는데도

일하는 엄마에게

예전의 전업주부가 하듯

집안일, 육아도 완벽하길 원한다.

아직도 누군가에게 형편껏 맡기는 걸

죄책감을 준다.


과연 나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커리어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이 시선을 감당해내라고 추천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것이 저출생이 촉발되는 시작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도 나의 모든 역할을 완벽히 해내길 요구할 수 없다. 나조차도."

– 테리 콜, 『Boundary Boss』


-매일 1%씩 성장하는 워킹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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