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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ge Lutens Oct 18. 2023

<휴식>

할 일이 있다는 건 참 좋은 것 같다. 이 문장을 쓰면서도 내일 일터에 가면서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할 테지만. 누군들 안 그렇겠냐마는 나는 칼퇴근을 너무 좋아한다. 할 일이 많을 것 같다면, 차라리 5시 30분 첫차를 타고 출근하면서까지 정시퇴근을 사수한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일을 하는 건 재미있다. 신기하게도 힘들다는 느낌도 별로 없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게 휴식일까 생각을 해봤다. 단체생활을 했던 군시절 주말을 떠올려보면, 기상 후 아침식사를 하고 막사로 돌아와서 휴대폰을 불출받고 점호 전까지 사용하도록 허용해줬다. 그럼에도 식사를 하기 위해 연병장에 집합한 후 식당으로 이동하곤 했고, 뛰러나갈 때도 반드시 전우조가 있어야만 나갈 수 있었으며, 하루종일 휴대폰을 보면서 쉬더라도 양 옆에는 동기들의 깔깔대는 소리와 드르렁거리는 소리가 뒤섞이곤 했다. 그러고 잊을 만하면 행정반에서 일이 생겼다며 심심찮게 호출하는 날들이 빈번했다.


정시퇴근을 사수하려는 건 일 이외의 시간도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다. 하루의 대부분을 일터에서 보내지만, 시간을 많이 보낸다고 해서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빛을 띠며 살아가는 시간이 바래진다면 그저 일하는 기계에 불과할테니 말이다. 


하지만 참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 휴식이란 건 꼭 일을 하지 않는 건 아니라고 느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면 그것이 곧 휴식이라는 생각이다. 해야할 일에 대해서 누구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게 해주는 동력을 만들어낸다. 할 일을 하며 휴식하는 건 살아가는 또 다른 재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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