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셀프노가다. 고생의 시작.
2016년 10월, 기나긴 여행을 마치고 드디어 몬트리올에 정착했다. 20살, 고향 안동을 떠나 서울에서 7년 동안 살며 이사 10번 정도(이모 집, 대학 기숙사, 자취, 단(현재 남편)과 동거, 친구 집 얹혀살기, 고시원 등등), 싱가포르에서의 1년 동안 회사 숙소, 다시 단과 동거, 그리고 4개월간의 신혼여행 동안 지냈던 무수히 많은 숙소들.
내 집, 아니 내 공간이 있다는 게 얼마나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지 10여 년 동안 떠돌이 생활을 하며 절실히 느꼈다.
철마다 철새마냥 떠돌아다니는 삶에 지친 단과 나는 몬트리올에서 단의 부모님 집에서 살기로 결심했다. 단 부모님은 자식과 함께 산다는 것에 무척 행복해하셨고, 우리도 아이를 낳고 살려면 둘보다는 북적이며 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집세를 아낄 수 있다는 크나큰 덤도 함께. :) 단의 부모님은 90년 중반쯤에 반지하가 딸려있는 2층 집을 구매하셨고, 1층에 거주하시며 2층은 아는 사람에게 저렴하게 세를 주었다.(800 CAD 정도였다고. 방 세 개 역세권인걸 고려하면 정말 싸게 주신 듯) 우리가 돌아가는 기간에 맞추어 2층에 세 들어 살던 가족을 내보내고(죄송합니다...ㅜㅜ), 우리가 살도록 배려해 주셨다.
문제는, 1층과 반지하는 몇 년 전에 리노베이션을 하였지만 2층은 전혀 손 데지 않았다는 점.
일단은 반지하에 살기로 했다. 반지하라고는 하지만 깨끗하게 리노베이션이 되어있고 방 구분이 없는 넓게 뚫린 로프트 형이라 아지트 느낌이 났다. 또, 화장실도 깨끗하고 식기 세척기, 세탁기, 건조기 등 가전제품도 잘 구비되어있었다. 단이 여행을 떠나기 전에 쓰던 것들을 다 여기 채워 났다고 한다.
2층 상태를 보러 갔다. 2층은 약 30평 정도로 방 3개에 주방, 거실이 있었고 작은 방과 이어지는 작은 발코니, 주방이랑 이어지는 큰 발코니가 있다. 이 큰 발코니에 뒷 정원이랑 이어지는 계단이 있다. 확실히 리노베이션 된 곳이랑은 상태가 많이 달랐다. 캐나다는 두꺼운 wood flooring을 많이 하는데 걸을 때마다 끼익 소리가 나는 곳이 많았다. 특히 벽 상태가 심각했다. 언제 적 유행하던 스타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집을 지을 당시 페인트에 요철을 만들어 우둘투둘하는 게 유행이었는지 2층 전체 벽이 그런 스타일이었다. 또, 세월이 흐르며 몇 겹이나 페인트 칠을 했는데 문이나 바닥 몰딩 부분도 같이 통짜로 페인트 칠을 하여 벽과 몰딩의 경계가 없었다. 아이고...
주방의 케비넷도 무척 낡았고 실리콘 부분에 곰팡이가 핀 곳도 군데군데 보였다. 무너진 벽도 있었고.. 화장실은 말할 것도 없고...
이대로 살 수는 없었다. 수많은 이사를 하며 깨달은 내 성향은, 좁은 곳에서는 살아도 깔끔하지 못한 곳에서는 못 산다는 것이었다. 학생 때 알바를 몇 시간 더 해서 집에 있는 시간은 별로 없을지언정 늘 깨끗한 집을 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었다. 제일 손이 많이 가고 중요해 보이는 것은 벽이었다. 저걸 갈아서 평평하게 만들고 페인트 칠을 다 다시 해야 할 것 같은데,,, 단과 저걸 어쩌지 막막해하며 일단 업자를 불러 견적을 받아 보았다.
오, 마이, 갓. 업자는 저 벽을 다 가는 건 절대 못한다며 이미 세 겹 네 겹이 칠해진 벽면 위에 다시 회반죽을 칠하고 평평하게 만든 후 페인트 칠을 하잔다. 흠,, 그럼 리노베이션 할 때마다 집이 점점 줄어드는 건가여;;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다는 건 이해했지만 업자님이 제시한 이해 할 수 없는 견적으로 인해 공손히 돌려보냈다. 무려 8000불... 벽만 하는 건데;;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도 아닌데;;
사람을 쓸 수 없다면 방법은 한 가지. 우리가 직접 하자!! 시간도 많고 집세를 내는 것도 아니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가 직접 해서 마음에 드는 집을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었다. 아,, 얼마나 무모한 생각이었는지...(이 공사는 무려 2년 동안 지속됩니다. 물론 중간중간 일을 안 한 시간이 많아 그렇지만요..ㅎㅎ)
우리의 첫 번째 공정은, 장판/몰딩 제거 및 벽 사포질.
다음회에 계속.....
이렇게 끝내는 거 맞나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