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 어떤 밤
20대 중반이 1년 반쯤 지나갔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던 시간은 지나가고, 역행하지 않는 시간의 성질처럼,
나는 나에게 역행하는 것들에 대한 관념을 잊어간다.
이론을 잊은 채 열망만이 남아있어,
몸도 마음도 따라주지 않는다.
어쩌면 처음부터 몰랐는지도 모르겠다.
'방탕'한 삶에 대해.
주어진 삶을 깨치고 나아가는
방탕함에 대하여.
어릴 적 아빠 차에 타고 가족과 어딘론가
놀러 갈 때면, 지나가던 풍경, 사물, 사람 모든 것이 신기했다.
아직도 부모님은 그때 내 모습을 가끔 이야기하신다.
저건 뭐야, 저건 뭐야, 호기심 가득한 여느 어린 아이의 모습을.
그때 그 어린 아이처럼
여전히 나는 많은 세상이 궁금하지만
물어볼 용기는 나지 않는다.
어린 아이 같아 보일 테니까.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속 무대 위 사람들은 시간을 죽이며 살아간다.
시간이 다 죽을 때 까지.
지금 나는 부정적으로 우울하진 않다.
그저, 심심하지 말아야 할 시기에 심심한,
세상이 정해준 일들은 정작 하기 싫은,
그 일들을 안 하면 오늘 하루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 같은,
철 없이 어린 하루를 또 보낸 것 같은,
그래서 무심히 고도를 기다리며 오늘 하루 시간을 죽인 것 같은,
두서없어 설명하기 어려운,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과 민망함이 마음 어디쯤 들어와 있는 것 같다.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상투적인 고민을 하며 지금 쓰고 있는 이 형식상 어색한 독백글은 몇 일째 내 가슴 한 가운데를 갑갑하게 만드는 근원을 찾으려고 시작됐나 보다.
긴 글을 쓰지 않던 내가 , 긴 글을 쓰는 걸 보니, 원인모를, 아니 어쩌면 원인 명확한
'민망한 무료함'의 감정과 상황은 나에게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듯도 하다.
건전하게도,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