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온 동네가 수목원

by 유송

만년설 쌓인 산정에서 불어내려 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는다.

뒷목에 와 닿는 뙤약볕이 따가워 슬쩍 손바닥으로 쓸어내 본다.

일이 한가한 시간에 바깥으로 심부름을 보내 짜증이 날 법도 한데,

되려 햇살과 바람에 기분만 좋아져 살랑살랑 걷는다.

동서남북 어디를 둘러보아도 솜사탕 같은 구름이 걸려있다.

저게 풍경인지 그림인지, 매일같이 보아도 알 수가 없다.

구름을 닮은 아이스크림을 들어보지만 눈부신 햇살에 녹기만 한다.

아름다운 날은 언제까지 지속되려나.

역기를 드는데 졸음이 쏟아져 참을 수가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서쪽에서 비추는 볕을 받으며 달콤한 잠을 잤다.


4월 초중순부터 우기가 끝난 밴쿠버는 도시 전역에서 새싹을 틔우며 눈부신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집집마다 마당이 딸려 있고, 집 앞마다 인도에 난 풀을 관리해야 하는 밴쿠버 주택문화가 이때부터 그 진가를 나타낸다. 도시는 온통 초록이 되고, 어떤 집 마당에는 장미, 어떤 집 인도에는 히아신스가 피어난다. 새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아래 피어난 화초들을 보다 보면 그저 내 마음이 한없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걸어라. 마음껏 걸어라. 그것이 건기의 밴쿠버를 즐기는 가장 손쉽고 감동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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