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가는 출근길이 좋다

 아침에 눈을 뜨니 듣기 좋은 빗소리가 들려왔다. 공기가 촉촉해 숨을 쉬기 편한 느낌, 거기다 비는 걷기에 방해될 정도로 많이 오는 것 같진 않다. 이런 비는 언제나 환영이다. 더군다나 요즘같이 송홧가루가 길에 있는 모든 것을 뒤덮고 있는 때, 적당한 봄비처럼 반가운 것도 없다.

 우산을 쓰고 출근길에 오른다. 집에서 직장까지는 10분 남짓한 거리다. 가끔 직장에 차를 가져다 놔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항상 걸어서 다닌다. 10분 정도의 걷기는 적당한 워밍업이 되어서 몸에도 좋지만, 심적으로도 매우 좋다.

 반면, 10분 정도 운전을 한다면 그건 육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모두 좋지 않다. 일단 차에 타서 도로를 달릴 때는 주변의 차들에 둘러싸인다. 그중에는 안전하게 운전을 하는 사람도 많지만 제멋대로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차량으로 출근할 때면 사방을 둘러싼 차들 중 위험하게 움직이는 차는 없는지 항상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물론 시내 주행 중 사고가 난다고 해봤자 목과 어깨의 염좌 정도가 최대겠지만, 출근길에 차 세워두고 보험사를 기다리는 스트레스 하며 카센터에 차를 집어넣고 빼고 해야 하는 귀찮음은 어쩌겠는가.

 걸어가면 교통사고의 위험에서는 훨씬 멀어진다. 게다가 두 손이 자유롭고 시선도 어디에나 둘 수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난 동네 고양이들을 보는 것도 좋고, 다가오는 주말엔 뭘 할지 딴생각을 해도 안전하다. 횡단보도에서 신호 바뀌는 시간을 기다리며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살피기도 한다. 물론, 월요일 아침에는 대부분 피곤해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