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성장은 언제나 부모에게 큰 관심사입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성장은 비교 대조군이 없는 영역입니다. 치료를 해서 좋아졌는지, 아니면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성장한 것인지를 분명히 나누어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성장호르몬 주사든, 녹용보약이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성장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유전입니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수면과 소화, 곧 잘 자고 잘 먹는 힘입니다. 아이가 충분히 잠을 자고, 먹은 음식을 제대로 소화 흡수할 수 있을 때, 성장판은 비로소 활짝 열릴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단순히 호르몬만을 주사하는 치료는, 몸의 기본을 다스려주는 녹용보약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약재가 배합되는 한약은 체질을 보강하고 소화기를 튼튼하게 해 주며, 무엇보다 깊은 잠을 도와줍니다. 결국 성장은 성장판을 자극하는 것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몸 전체의 조화가 받쳐주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습니다. 여덟 살 여아였는데, 또래보다 키가 작아 부모님이 크게 걱정하고 계셨습니다. 이미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고 있었지만, 정작 아이는 식욕이 없어 제대로 먹지 못했습니다. 주사를 맞는다고 해도 영양이 들어오지 않으니 부모님의 근심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먼저 아이의 식욕을 회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녹용을 중심으로 한 보약을 꾸준히 복용하게 하고, 잠자리 환경을 안정시켜 밤마다 깊은 수면을 취하도록 도왔습니다. 치료는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불과 2주 만에 아이는 조금씩 밥을 잘 먹게 되었고, 밤마다 깊이 잠들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아이 얼굴빛이 달라졌다”며 안도의 미소를 보이셨습니다.
보통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여덟, 아홉 살 무렵, 또래와 키를 비교하며 성장치료를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치료의 핵심은 언제나 같습니다. 잘 먹고, 잘 자게 하는 것. 오랜 시간 녹용을 섭취하고 생활을 관리하는 것이 결국 가장 확실한 성장치료입니다.
저는 오늘도 진료실에서 부모님께 말씀드립니다. “성장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긴 여정입니다. 아이가 밥 잘 먹고, 깊이 잘 자는 것. 그것이야말로 성장호르몬보다, 어떤 약보다도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