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1987년의 봄, 평범함이라는 비범한 시작

by Serki

제1장: 1987년의 봄, 평범함이라는 비범한 시작


1987년 4월 24일, 대한민국이 격동의 시기를 지나고 서울 올림픽의 열기가 서서히 피어오르던 그해 봄, 나는 세상에 첫울음을 터뜨렸다. 87년생이라는 꼬리표는 늘 나를 따라다녔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선에 선 세대, 삐삐와 스마트폰을 모두 겪어낸 세대. 나는 그 틈바구니에서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의 남자로 자라났다.


어린 시절의 나는 유난히 사람을 좋아하고 뛰어노는 것을 즐겼다. 골목길에서 공을 차며 해가 지는지도 몰랐던 그 소년은, 훗날 누군가의 삶을 기록하고 또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따뜻한 4월의 햇살처럼, 나는 누구에게나 편안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평범하다는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어디에나 섞일 수 있고 누구와도 어울릴 수 있다는 가장 강력한 무기임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나의 평범함은 훗날 내 삶을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뿌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