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고양이 타로, 신성한 깃털 메신저 오라클 카드
타로 카드에 입문할 때부터 짐작은 했다. 입문서와 세트로 구성된 유니버셜 웨이트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카드별 키워드를 외우는 속도보다 덱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를 거라는 사실을. 이건 나에게 촉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간의 취미 생활과 덕질 스타일을 기반으로 내린, 말하자면 빅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추론이다.
가장 먼저 들인 것은 모험고양이 타로 카드와 신성한 깃털 메신저 오라클 카드다. 펫 타로를 보고 싶어서 고양이를 주제로 한 타로 카드를 이리저리 비교하다가 아기자기하면서 유니버셜 웨이트의 상징 체계를 충실히 담고 있는 모험고양이 타로 카드로 결정했다. 패닝은 스프레드 천을 깔 필요가 없을 정도로 수월하지만 그만큼 셔플할 때 손에서 잘 미끄러진다. 뭐든 일장일단이 있는 법.
'덱 인터뷰 스프레드'라는 것이 있길래 한번 해 봤다.
1. 너 자신에 대해 말해줘.
: 네 고민과 질문을 너그럽게 받아 줄 준비가 되어 있는 덱이야.
2. 네 장점은 뭐야?
: 다 마음 편해지자고 하는 거잖아. 긍정적인 미래를 보여줄게.
3. 네 단점은 뭐야?
: 심플하고 귀여운 그림체 때문에 만만하게 보일 테지만 은근히 까다로울 거야. 리딩 결과가 서로 충돌할 수도 있어.
4. 너는 내게 무엇을 가르쳐 주려고 왔어?
: 집사 생활이 처음이라 많이 불안하고 지나간 실수가 자꾸 마음에 걸리겠지만, 등 뒤에는 아직 쓰러지지 않은 컵이 남아있어.
5. 네게서 더 많이 배우고 너와 힘을 합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안주하지 마. 아직은 배워 나가는 단계잖아.
6. 우리 관계는 어떻게 흘러갈까?
: [8번 힘 카드]
7. (보너스 질문) 너를 고양이로 묘사한다면?
: 나이 든 하얀 고양이.
6번 질문에 힘 카드가 나온 걸 보고 당연히 내가 카드를 길들이는 입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길들이는 건 내가 아니라 카드였고(...) 그러고 보면 1번 질문에도 하얀 고양이 카드가 나왔다.
신성한 깃털 메신저 오라클 카드는 새 그림과 간단한 조언으로 이루어진 앞면과 해당 새의 깃털이 그려진 뒷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뒷면을 통해 카드를 특정할 수 있기는 하지만 공작이나 까마귀 정도를 제외하면 앞면을 짐작하기 힘들고 촘촘하게 패닝하면 아무 문제 없다. 평소 새 캐릭터를 좋아해서(곽철이 좋아 부기 좋아) 타로 카드에 갓 입문했을 때부터 사려고 벼르던 카드다.
타로 카드로 점을 본 다음 오라클 카드나 룬스톤으로 보강하는 걸 해 보고 싶었다. '지금 쓰고 있는 글의 진행 상황'에 대해 과거-현재-미래-조언 순으로 물어봤는데 황제 카드도 황제 카드지만 현재 카드로 나온 소드 3이 너무 딱 맞아서 뜨끔했다. 이왕 황제 카드가 나온 거 열심히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