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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읽을 생각으로 초단편소설집 <超短編!大どんでん返し(초단편! 대반전 이야기)>를 샀다. 온다 리쿠, 요네자와 호노부, 기타무라 가오루 등 30명의 소설가가 쓴 초단편소설을 엮은 책이다. 제목과 달리 별 반전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작품도 있지만 독자들을 깜짝 놀래킬 생각에 부풀어 있는 이야기를 몇 편씩 읽다 보면 반전 없는 이야기가 되레 신선하게 느껴진다.
초단편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다. 계기는 김동식의 <회색 인간>이다. 이후 여러 작가의 작품을 모은 초단편소설집을 몇 권 읽고 다마루 마사토모의 작법서 <40분이면 누구든 쓴다 초단편소설 강좌(たった40分で誰でも必ず書ける超ショートショート講座)>의 기획서를 썼다.
초단편소설(엽편 소설, 손바닥 소설, 쇼트 쇼트 스토리)의 분량은 200자 원고지 20장 내외다. 80장 내외인 단편소설과 비교해도 훨씬 짧다. 하지만 초단편소설을 읽다 보면 '원고지 20장을 넘기는 것'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단편소설의 '80장'이라는 기준이 필요조건이라면 초단편소설의 '20장'은 제한조건인 셈이다. 반전의 설득력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독자가 이야기 속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게 만들 수만 있다면 굳이 20장까지 쓸 것 없이 1장만으로도 성립하는 것이 초단편소설의 매력이다.
초단편소설을 읽다 보면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불끈불끈 샘솟는다. 오늘 아침 트레드밀을 걷다가 그럴듯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내일 중으로 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은 샘플 번역을 보내는 것이 먼저다(어제 글이 어처구니없을 만큼 짧았던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