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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로 Oct 12. 2024

어설픈 J들의 여행

8/30


지나가는 가을이 아쉬워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


'경기도 데이트'니 '경기도 드라이브'니 이리저리 검색해 보니 마침 댑싸리가 제철이란다. 연천에 있는 임진강 댑싸리공원을 주축으로 삼고 비빔국수 맛집과 숯불닭갈비 맛집을 체크해 두었다. 어떻게 하면 붉게 물든 댑싸리를 배경으로 근사한 사진을 건질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K가 주저하며 말했다.


"여기 진입로도 좁고 차도 많다는데?"


초보 운전을 갓 벗어난 K에게(나는 초보 운전조차 못 된다) 좁고 복잡한 도로는 지옥으로 향하는 길이나 마찬가지였다. K가 내놓은 대안은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이었다. 예전부터 가 보고 싶었던 곳이라 흔쾌히 받아들였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곤돌라를 타고 공원을 거닌 다음 장단콩으로 만든 두부 요리를 먹기로 했다. 하지만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계획은 또 다시 백지로 돌아갔다.


"북한 도발 뉴스 봤어?"


'주말_나들이_계획_최종_최최종_진짜최종.txt' 마지막이길 바라며 고른 목적지는 대부도였다. 예전에 회사 워크샵으로 간 적이 있는데 시화방조제를 달리며 지나친 풍경을 K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방아머리해변에서 조개찜과 칼국수를 먹고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를 둘러본 다음 시화나래휴게소를 들르기로 했다. 사실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근처에 있으니까 코스에 넣기는 했는데 블로그 리뷰들을 봐도 왜 조성된 곳인지, 무엇을 중점적으로 감상하면 좋은지 아리송했다.



하지만 K가 가장 만족한 곳은 갯벌이 펼쳐진 방아머리해변도, 바다가 보이는 횟집도 아니었다. 꽃 없이 갈색 수풀만 우거진, 한산하다 못해 썰렁한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였다. 맞다. K는 아기자기하게 조성된 포토 스폿보다 탁 트인 경치를, 인파로 붐비는 관광지보다 아는 사람만 아는 동네 명소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K가 기뻐하는 모습은 내게 있어 너무 소중해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풍경이었다.


추신: 시화나래휴게소는 가지 못했다. 출구로 빠져나간 다음 파란색 유도선을 몇 번 따라가다 보니 다시 시화방조제가 나왔다. 휴게소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어설픈 J들의 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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