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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꼼한 사람이 아니다. 청소를 하다가 손 닿지 않는 곳에 먼지가 있으면 흐린 눈 하고, 국의 간이 맞지 않으면 냄비와 소금을 같이 내놓는다. 식당에서 내가 주문한 것과 다른 음식이 나와도 가격대만 맞으면 군말 없이 먹는다.
하지만 교정볼 때는 다르다. 평소보다 몇 포인트 작은 행간, 레이아웃을 수정하다가 못 보고 지나친 텍스트 박스, 비율을 고려하지 않고 확대한 이미지도 척척 잡아낸다. 교정보는 것 자체도 좋아해서 새벽 세 시 넘어 마감 파일을 넘긴 다음 머리에 물만 묻히고 다시 출근한 날에도 퀵으로 도착한 교정지가 회의실 테이블에 놓이면 가슴이 뛰었다.
그런 내게 브런치스토리 앱의 문단 정렬은 일종의 고문이다. 웹 브라우저로 볼 때는 문제 없다. 안드로이드 앱은 어떤지 모르겠다. 적어도 아이폰 앱은 활활 타오르던 글쓰기 의욕에 찬물을 끼얹는 문단 정렬을 자랑한다.
브런치스토리의 에디터는 '작가를 고려한' '글이 쓰고 싶어지는' 환경을 제공한다. 다양한 기능을 뽐내지 않기에 오히려 집중해서 글만 쓸 수 있다. 초고부터 탈고까지 노션으로 작업하다가 30일 글쓰기 챌린지를 진행하면서 작가의 서랍에다가 곧바로 글을 쓰고 있는데도 불편함을 못 느낄 정도다.
그런데 왜 글을 읽으려고 하면 이 사달인지. 별것 아닌 일로 까다로워 보이려나. 글쓴이가 의도한 띄어쓰기를 무시할 수 없으니까 들여쓰기를 하고, 행마다 자간이 달라지는 것도 이상해서 마침표를 내동댕이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고지 쓸 때를 생각해 보자. 문장이 마지막 칸에서 끝나면 마침표는 끝 글자와 같은 칸에 찍거나 오른쪽 여백에 찍는다. 문단의 첫머리가 아닌 이상 첫 칸은 비우지 않는다. 그렇게 쓰인 글은 내용 이전에 시각적으로 만족감을 준다.
저 근본 없는 들여쓰기를 어떻게 하기 위해 글을 고칠 생각도 했다. 위 이미지를 예로 들자면 '우리 모두가'에서 조사 '가'를 없애면 들여쓰기가 사라지고 마침표도 종결 어미 바로 뒤에 붙을 것이다. 하지만 해상도가 달라지면 또 어딘가에서는 같은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그때마다 일일이 글을 고칠 수는 없다.
설마 나만 신경 쓰이는 건 아니겠지. 작가님, 괜찮으신가요? 저는 안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