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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로 Oct 13. 2024

작가님, 괜찮으세요?

9/30


나는 꼼꼼한 사람이 아니다. 청소를 하다가 손 닿지 않는 곳에 먼지가 있으면 흐린 눈 하고, 국의 간이 맞지 않으면 냄비와 소금을 같이 내놓는다. 식당에서 내가 주문한 것과 다른 음식이 나와도 가격대만 맞으면 군말 없이 먹는다.


하지만 교정볼 때는 다르다. 평소보다 몇 포인트 작은 행간, 레이아웃을 수정하다가 못 보고 지나친 텍스트 박스, 비율을 고려하지 않고 확대한 이미지도 척척 잡아낸다. 교정보는 것 자체도 좋아해서 새벽 세 시 넘어 마감 파일을 넘긴 다음 머리에 물만 묻히고 다시 출근한 날에도 퀵으로 도착한 교정지가 회의실 테이블에 놓이면 가슴이 뛰었다.


그런 내게 브런치스토리 앱의 문단 정렬은 일종의 고문이다. 웹 브라우저로 볼 때는 문제 없다. 안드로이드 앱은 어떤지 모르겠다. 적어도 아이폰 앱은 활활 타오르던 글쓰기 의욕에 찬물을 끼얹는 문단 정렬을 자랑한다.


네 번째 줄의 들여쓰기도 문제지만 저 마침표는 진짜(...)


브런치스토리의 에디터는 '작가를 고려한' '글이 쓰고 싶어지는' 환경을 제공한다. 다양한 기능을 뽐내지 않기에 오히려 집중해서 글만 쓸 수 있다. 초고부터 탈고까지 노션으로 작업하다가 30일 글쓰기 챌린지를 진행하면서 작가의 서랍에다가 곧바로 글을 쓰고 있는데도 불편함을 못 느낄 정도다.


그런데 왜 글을 읽으려고 하면 이 사달인지. 별것 아닌 일로 까다로워 보이려나. 글쓴이가 의도한 띄어쓰기를 무시할 수 없으니까 들여쓰기를 하고, 행마다 자간이 달라지는 것도 이상해서 마침표를 내동댕이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고지 쓸 때를 생각해 보자. 문장이 마지막 칸에서 끝나면 마침표는 끝 글자와 같은 칸에 찍거나 오른쪽 여백에 찍는다. 문단의 첫머리가 아닌 이상 첫 칸은 비우지 않는다. 그렇게 쓰인 글은 내용 이전에 시각적으로 만족감을 준다.


저 근본 없는 들여쓰기를 어떻게 하기 위해 글을 고칠 생각도 했다. 위 이미지를 예로 들자면 '우리 모두가'에서 조사 '가'를 없애면 들여쓰기가 사라지고 마침표도 종결 어미 바로 뒤에 붙을 것이다. 하지만 해상도가 달라지면 또 어딘가에서는 같은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그때마다 일일이 글을 고칠 수는 없다.


설마 나만 신경 쓰이는 건 아니겠지. 작가님, 괜찮으신가요? 저는 안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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