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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까지 닿지 않는 손을 대신해 주는 효자손,
인상을 쓰지 않아도 바늘귀에 실을 꿸 수 있는 효자침.
효자손으로는 침대 밑에 들어간 물건을 꺼내도, 말썽꾸러기를 겁주려고 바닥을 탁탁 내리쳐도, 소파에 놔 둔 걸 깜빡하고 깔아뭉개도 멀쩡한데,
효자침은 왜 하루도 버티지 못하는 걸까.
실을 한 가닥만 사용하는 재봉은 효자침(정식 명칭은 'needle threader'이지만 쇼핑몰에서는 '실끼우기' '실꿰기' 등으로 판매되고 있다)이 없어도 그럭저럭 할 만했지만 DMC 25번사를 두세 가닥씩 갈라서 쓰는 프랑스 자수는 실 꿰기부터 난관이다. 몇 번씩 실패하고 나면 자수실이 부쩍 너덜너덜해져 있다. 고수들에게는 특별한 요령이 있는 걸까. 침을 묻히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