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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루코 Feb 23. 2022

잡다한 기록 29

29


/  연이은 오디션 영상 촬영으로 녹초가 됐다. 코로나 19 때문에 오디션이 죄다 비대면이 되어버렸다. 언제까지고 재촬영이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면서, 사실 그 장점을 뒤엎을 만큼 큰 단점이 되는 때도 있다. 마음에 안 들면 마감날까지 언제까지고 찍어댄다. 그러다 보면 가끔 더 길을 잃을 때가 있다. 이만하면 됐다고 나를 놓아주는 것이 마치, 더 할 수 있는 것이 있었는데 힘에 부쳐 포기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더 할 수는 없었다. 더 찍을 수 있는 힘도 남아있지 않고, 현재의 내게 이 이상의 연기는 없을 거다. 이제, 내일의 오디션을 준비하는 거다. 할 수 있다. 해낼 수 있다. 


/ 인간의 삶은 내가 멈추지 않는 한, 누군가 앗아가지 않는 한 그냥 이어지고 만다.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운 일이 생겨도, 너무 가슴 아픈 상황이 연이어 닥쳐도, 숨이 붙어있다면 인생은 어떻게든 이어진다. 언젠가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죽도록 슬픈 순간에도, 괴로운 순간에도, 그리고 날뛰듯 기뻤던 순간에도 시간은 흘렀다. 모든 순간은 절대로 내 힘으로 잡고 있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시도하는 데에 있어서 두려워하지 말자. 변화를 꾀하는 데에 두려워하지 말자. 누군가를 잃을까 봐 두려워하지 말자. 애초에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니다. 내 것이 아닌 것을 잃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 사실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일까? 내가 내 거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사실 내 내부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작용들, 내가 직접 관계하면서 내 안에 차곡차곡 새겨 넣은 기억의 조각들 몇 개뿐이 아닐까. 그러니까 현재 인연에 마음 깊이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되, 붙잡기 위해서, 잃지 않기 위해서 애쓰지 말도록 하자. 그 두려움 때문에 가만히 멈추어 있지 말도록 하자. 


/ 신이 내게 원하시는 일을 할 수 있는 통로가 되자. 나를 통해 당신의 계획을 실현하실 수 있도록 맡겨드리자. 기도하면서 나아가자 신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 아주 소중한 희망을 가지고 우리를 창조하셨다고 굳게 믿는다. 내가 그것을 더 잘 인지하고 감각하고 신과 함께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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