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둘째가 싫어. 나는 내가 싫어."
"하고 싶은데 몸이 마음대로 안돼"
"맨날 나한테만 뭐라고 해"
아이에게 빗자루를 들고 엄마가 무섭지 않냐며 겁을 주고, 윽박지르며 또 하루를 보냈다. 새벽부터 엄마 병원을 보내고 출근하여 퇴근해 오는데 남편이 아파 누워 있었다. 월요일만이 유일한 님편의 휴일이고 가족과 제대로 함께할 수 있는 날인데, 이날마저 아파 누워있는 남편이 안쓰럽지 못하고 버거웠다. 나는 아파도 저렇게 편하게 드러누워본 적이 없다는 피해의식만 컸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화살이 갔다.
꼭 혼자 막막할 때 아이들은 더 날뛴다.
옷도 벗지 못했는데 놀아달라는 첫째,
소리소리 지르며 싸우고 있는 둘째와 막내,
한두 시간은 그래도 먹이고 놀며 잘 버텼다.
이제 해야 할 걸 해야 하는 아이들의 타임에
그들은 온갖 데에 들어가고 꺼내 놓으며 신나게 놀기만 하고, 특히 둘째는 구몬 선생님이 오시는 날인데도 숙제를 미루기만 하고, 없다고 하고, 내 인내심을 시험했다.
아이들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절규했다.
"도대체 아빠 없이 혼자인 날 왜 더 그러는 거야!!!!!!"
구몬타임이 지나고 모두가 진정되었고, 첫째와 막내는 내 눈치를 보느냐 알아서 씻고 잘 준비를 하였다. 또, 둘째만 남았다. 둘째는 샤워를 해야 했다.
"또 너만 남았다. 둘째야."
내가 한숨을 쉬었는지 아니었는지, 어떤 톤으로 얘기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아이는 엄마가 안 씻겨준 거라며 억울해했다. 그럼 빨리 들어와서 씻으면 된다고 하자 아이는 울먹이며 자신이 싫다고 했다.
심장이 내려앉았다.
대체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걸까.
화장실에서 둘째와 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첫째는 우리가 나오자 둘째를 위로했다. 자신도 그럴 때 있다며.
"너도 너 자신이 싫어?"
"매일은 아니고, 가끔 그럴 때 있지"
"언제?"
"내가 잘못해서 엄마가 화낼 때."
이 귀한 생명들을 나란 사람은 대체 어떻게 키우고 있는 걸까. 엄마의 말과 행동이 자기 자신을 싫어하는 아이들로 만들었다니 참담했다.
둘째와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엄마는 악마야. 천사를 숨기고 있는 악마. 얼른 이제 천사를 꺼내!!!"
주님, 아이들에게 천사가 되게 해 주시옵소서. 아이들이 이 땅에 찾아온 축복을 발견하고, 하나님이 얼마나 사랑하시는 지를 깨닫고, 자신을 보듬고 사랑하는 아이들로 자라나게 도와주시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