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너밴드 감는 마음

by 세삼




글러브를 착용하기 전, 이너 밴드를 손에 감는다.

예전에는 붕대처럼 감는 것만 있었다면 요즘엔 장갑형으로 나와 좀 더 빠르고 쉽게 감을 수 있다.

비록 장갑형이지만 밴드를 감고 있자니 경건한 마음이 든다. 링 위에 오르기 전의 마음가짐이랄까.


이너 밴드를 탄탄하게 감지 않는다면 손목을 다칠 수 있어 꼼꼼하게 감아줘야 한다.

손목을 다치면 육아도, 살림도 제대로 할 수 없다. 가정의 평안을 위해 풀었다가 다시 한번 꼼꼼하게 감는다.


글러브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두툼했고 더 빡빡해서 손을 밀어 넣기 쉽지 않았다. 그렇게 억지로 넣으면 이너 밴드 덕분에 3번째, 4번째 손가락 사이가 무척 아프다. 그래도 난 복서(boxer)기에 티 내고 싶지 않아 주먹을 꽉 쥐며 참아본다.




둘째는 제왕 수술 날짜를 잡아놔서 첫째보다는 긴장이 덜했다. 물론 덜하다는 말은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에 한한 것이다.

그것 외엔 첫째 때와 마찬가지였다. 밖에서 기다리는 그 시간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걱정과 긴장이 존재했다.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대기실은 적막했다. 가끔은 이런 정적이 마음을 더 불안하게 한다. 내가 이런데 혼자(아니 뱃속의 아기랑) 수술대에 누워있을 B(배우자)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얼마나 쓸쓸하고 무서울지 가늠도 안되는 그 상황에 가슴이 미어졌다.

눈에는 곧 쏟아질 것처럼 눈물이 찼다.

하지만 울 수 없지, 약간 청승맞아 보이기도 하니까.

굽었던 허리를 펴며 숨을 크게 마셔 본다.

내가 낳는 것도, 수술받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긴장되는 건지. 떨리는 몸을 다잡기 위해 주먹을 꽉 쥐며 참아본다.



"회원님? 회원님 집중하실게요. 자 샌드백을 한번 쳐볼 건데, 그냥 치면 아플 수 있습니다.

주먹은 항상 꼭 쥐고 손가락 관절이 아닌 중수골(손가락과 손목을 이어주는 손목뼈)로 치셔야 합니다.

그래야 타격에 힘도 실리고 다치지 않습니다. 자, 원투 한번 쳐볼게요."


빨강과 파랑이 반복 배치되어 있는 샌드백 중 파란색 앞에 선다. 숨을 후- 내쉬고 자세를 잡아 주먹을 내질러 본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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