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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비 May 05. 2024

이야기 사랑방 두 번째

합창반 선배님

 곱슬한 파마머리는 마치 양배추인형 같다. 정금순언니시다. 고향은 강원도 횡성이고 군인아저씨였던 남편을 따라 부여에 오게 되셨다. 노래가사에도 나오는 그저 그런 이름이 싫었다.

"착한 우리 금순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새끼" 엄마의 타령이었다. 동네에서 착하고 똑똑하다는 소리 듣고 싶어 악착같이 공부했다.

 중학교 시험 볼 때 달구지 타고 갔지. 마중 나온 기차역으로 아버지가 오셨어 그때 아버지를 처음으로 봤어.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엄마하고 살았거든. 서울로 유학 간 우리 동네 나 하나인 여학생이었어. 호창치마감에 뉴똥천으로 만든 횟대 보자기가 펄럭였어, 환영이라는 커 다란 글자가 내 가슴속에 뭉게구름 되어 피어올랐지 뭐야. 난 엄마가 낳은 외동이었어. 그 후 엄마가 병들어 일찍 하늘나라로 가시고 아버지는 새엄마를 들이셨어,

 내 엄마가 아닌 새엄마손은 허술했지. 차별이 없다고 하면 그것은 거짓말이야. 눈에 보이지 않는 안갯속을 걸어 다닐 때처럼말이야 그래서 일찍 시집가고 두 딸은 미국에 가서 살아.

영감도 내 곁을 떠난 지 삼 년 넘고 난 지금이 제일로 편하고 좋아. 성당 다니고, 복지관 나와 합창하고, 손풍금 켜던 실력으로 딸이 사준 키보드도 두드리지 , 하늘거리는 음률은 나를 여학생시절로 데려다주고 나는 목청껏 노래를 불러

외롭다거나 심심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

 산다는 것은 꿈꾸는 거야, 자고 깨면 그저 고맙기만 해, 설렘 있는 하루, 손거울 보며 웃어.

 한 달에 한 번 곱게 화장하고 요양 병원에 가서 치매 노인분들에게 노래를 불러드려, 주로 찬송가, 가곡 엊그제는 '봄처녀'를 불러 드렸어.

꼿꼿한 자세를 유지해서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노래 부르고 재미있게 지내는 것이 소원이야. 아직 팔팔한 팔십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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