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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비 May 10. 2024

이야기 사랑방 세 번째

인생은 아름다워

 나의 세 번째 이야기 주인공은 수업시간마다 질문이 제일 많은 언니 되신다. 언제나 단정한 머리는 태자마마가 직접 만지신단다. 왜? 태자마마이냐고요? 그녀의 이름이 황 태자이기 때문.

 자, 이제 나의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

 친정은 많이 부자였어. 고대광실 하고 99칸, 요즘으로 하면 팬틀하우스라 할까? 거느리는 머슴도 많았지. 할아버지윗대부터 침 의원과 약방을 했어. 구수한 한약 냄새가 절로 배가 불렀지. 아버지 또한 염전을 크게 하셨고 나는 8남매의 맏딸이었어. 하지만 호랑이 같은 할머니께서 글을 배우지 못하게 했어. 여자가 나 돌면 집안 망한다고 해서 나와 일하는 순이하고 학교에 가면 똘이네를 시켜 할머니께 무릎 꿀리고 데리러 오고. 그렇게 해 국민학교도 끝내지 못하게 했어. 그런데 내가 누구야? 황 태자, 태자마마잖아?

 산모롱이 양지쪽, 끝트머리에 동네 야학에 몰래 갔지. 야학에서 공부하고 내 눈은 장님에서 눈을 뜬 그야말로 소경이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지. 난 너무나도 바보였더라구. 마음속에 배워야겠다는 외침이 불처럼 솟아올랐어.

난 결심했어. 열심히 공부해서 학자가 되기로. 다행인 것은 가정형편이 나쁘지 않아 서울에서 제일로 쳐주는 대학을 졸업했어. 선생질도 교장까지는 하지 못했지만 교과학장도 해 보고 어여쁜 여학생들의 담임도 많이 했어. 내 별명은 그 당시 독사였어.

정치판에 기웃대는 남편 때문에 속앓이는 했어도 그것도 다 한 때지. 하늘이 파랗게 맑고 이쁠 도 있고 심술 사납게 찌푸리는 흐린 날도 있잖아. 그것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내던지고 털어버렸더니 어느새 내 머리엔 눈발이 앉아있더라고. 연금 나오는 것이 나의 보석이지. 헐렁한 운동화를 신고 북유럽부터 지중해연안까지 여행을 했었어. 인생은 아름다워. 손전화로 내 상상기차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고 과학의 넓은 세상, 인공 지능의 신기술 등 모든 인류를 위해 수고하는 연구자분들께 한 인류애로 봉사하는 모든 분들께 나, 태자마마가 감사의 꽃목걸이를 목에 걸어주고 싶어.

 지금도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놓고 서재에서 못다 한 생물학 유전자 책을 쓰고 있어. 돋보기는 나의 유일한 친구야. 물론 기분이 처지고 우울할 때도 있지. 혼자라서 좋을 때 보다 어울리며 공부할 수 있는 복지관을 찾지. 평생학교라 생각하고 다닌 지 16년째야. 복지관에서 표창장도 받고 상품도 받았지. 지금처럼만 활동하고 향긋한 비누를 매만지고 구구 팔팔하게 살다가 미련 없이 하느님품으로 갈 거야. 자, 사랑한다. 나, 황 태자. 황 태자가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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