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합니다. 내가 판단하기엔 가사가 좋고 시를 쓰지 못하니깐 노래를 부른다고 할까요? 좋아하는 노래도 좋고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는 이야기를 곡조에 맞추어 힘껏 부르는 거지요.
한낮의 뜨거운 태양이 발악을 하듯이 목청껏 가사에 힘을 주고 부르는 겁니다. 물론 내 마음에 취해 내가 주체가 되어 열정을 담아 부릅니다. 평소엔 부끄러움이 많아 혼자만의 읽기만을 좋아하지만 이, 때만큼은 과감하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노래를 부릅니다. 글쓰기 할 때는 사실 남을 의식해서 앞뒤 문장이 어색한지 뒷문장과의 연결이 매끄러운지 그리고 지루한 것은 아닌지 나름 신경을 씁니다.
오늘은 힘껏 아무 거릴 것이 없이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음정이 열 지어 맞춰지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박자가 앞으로 튀어져 나오고 때론 엿가락 늘어지면 어때요. 하 하
사실 나는 가수가 아닙니다. 프로가 아닌걸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만 주절거리지 못합니다. 소심한 쫄보이고 우리네 시집생활엔 말 많아 탈이 나면 안 되니깐요.
휴가를 맞아 부부동반 외식자리에 나섰습니다. 수고로움이 많은 정성 가득한 음식 앞에 절로 침샘이 자극됩니다. 편리하고 좋은 세상을 만나 나의 손끝을 빌리지도 않고 진수성찬이 내 앞에 대령되었네요. 땀 흘리지도 않고 두 다리에 힘을 주지 않아도 어여쁜 접시에 올라앉은 음식들에게 존경의 마음이 올라옵니다. 내 나이 어느덧 이순을 바라보고 물 안 묻히고도 카드에 숫자를 덫 씌우기만 하면 되는 안정감이 좋습니다. 배불리 먹고 시원한 에어컨바람을 맞고 있으니 눈이 저절로 감깁니다.
식욕, 물욕 모두 좋지요. 그러나 부르는 노래는 다시 부르면 되지만 부치지 못한 편지는 먼지가 내려앉은 낡은 서랍 속에 고요히 묵묵히 누워 있습니다. 언제쯤에나 부치지 못한 편지를 아무 이유 없이 베고니아꽃잔치가 흐드러진 빨간 우체통에 넣게 될까요? 생각이 많은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