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 딸의 엄마입니다. 오손도손 옹기종기 모여 앉은 밥상의 우리 가족은 저마다 개성이 넘칩니다.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살자 하던 시대에 턱 하니 둘씩이나 생산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서지요. 현실에서 만나는 아이도 좋고, 텔레비전으로 보는 아이도 좋고, 그림책 속 아이도 좋습니다. 특히나 요즈음은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보는 아기들은 더욱 좋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는 현상이지요. 눈앞이 빙글빙글 돌고 바쁘기만 했던 전투적인 일상을 지내서였던 걸까요?
무심히 놀이터에 잠시 쉬며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구경합니다. 어른으로 살기 참 피곤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입니다. 어른처럼, 어른스럽게, 어른답게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나도 그중에 하나입니다.
아이들은 지금 하는 놀이가 세상의 전부인 듯 몰두합니다. 나는 가끔 아이가 됩니다. 다른 생각은 잊고 지금의 내 존재에 몰입합니다. 할 수 있는 일에만 매진합니다. 그중에 엉터리 글쓰기를 하다가 생각지도 못한 결과물이 나오기도 합니다. 참으로 내가 멋지다고 생각도 합니다.
사실 내가 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내 안에 웅크리고 있는 유치한 어른답지 못한 모습이 튀어나오니깐요. 운전도 못하고 집도 없고 수입과 지출의 숫자는 비대칭입니다만 굶지는 않습니다. 아직은 찾아주는 일거리가 더러 있어 비럭질은 하지 않습니다.
상처받은 마음을 추스를 줄 아는 여유, 미운마음 덜어내기, 나 스스로 토닥여주기, 로 마법의 주문을 읊조립니다. 복잡한 사거리에서 우측통행의 질서를 지킵니다. 나는 아직도 성장하는 아이처럼 힘을 기릅니다. 불평이 생깁니다. 더운 날씨를 밀어내고 감당하려 운동합니다. 골고루 야채와 고기도 먹습니다. 쭈볏대는 오기와 참지 못하는 감정을 차디찬 이성으로 바꾸려 애씁니다.
어른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머리 위로 하얀 뭉게구름들이 어깨를 나란하게 기대고 있습니다.
아이처럼 펄쩍 뛰는 무작정인 행동으로 유연하려 해 봅니다. 때로는 어른처럼 경직된 뻣뻣함으로 사람들과 대면을 하기도 합니다. 딸아이의 결혼 날짜가 정해졌습니다.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헤집습니다. 어른노릇으로 무장해서 퉁박을 주고 싶은가 봅니다. 먼저 축하한다고 하면서도 말입니다.
잘 살아야 한다. 그런 것은 하면 안 되지. 열린 사고로 무한 이해로 말이다. 참아라. 무엇보다 잘못된 행동으로 보이지 않도록 노력하라고 말하고 싶어서지요. 어른답게 산다는 것은 아이처럼 산다는 반대말이 아니니깐요. 나는 평소에도 튀어나오는 아이를 , 지금처럼 딸애를 보며 훌쩍 자란 엉성한 어른을 꺼내고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