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우리의 모든 날들>을 읽으며 자서전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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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 - 소크라테스
보통 사람들은 자서전을 쓴다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긴다. 자신의 인생을 총체적으로 만난다는 것이 부담스럽게 여겨지기도 하고, 자서전을 쓸만큼 거창한 인생을 살았는지도 스스로 확신이 없기도 해서이다. 내가 자서전을 썼을 당시에도 많은 부끄러움을 안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쓰기가 어색하기도 했고, 과거의 아픈 기억이 몰려와 힘든 감정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글을 쓰고 난 후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된 결과물을 마주했을 때, 동안 나에게 몰려왔던 많은 번잡한 감정들이 나를 떠나 활자 속으로 떨어져 나갔음을 알 수 있었다. 생각이나 기억에 있었던 사건이나 대상을 글로 묘사하는 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추상적인 기억이 구체화되고 정확하게 그 의미를 알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또 자서전쓰기는 지금 여기에 있는 현재의 나의 마음을 과거의 사건에 얹어 정확히 진단해보는 작업이지 않나 싶다.
그림책<우리의 모든 날들>에는 고향을 사랑했던 에메아저씨가 등장한다. 7살 때 어머니가 사진기를 준 이후로 에메아저씨는 마을의 계절마다의 모습을 계속 찍어 기록한다. 대지에 봄기운이 피어오를 때의 나무들과 시냇가의 풍경과 따뜻한 여름날 뛰어놀던 장면, 고등학교를 간 후 주말마다 찾아온 고향집의 평화로움과 기찻길이 만들어지고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엄마와 책을 읽던 여름밤의 풍경, 고향을 너무 사랑해서 아저씨가 마을로 내려와 어머니 옆에 살게 된 풍경, 활기찬 고향집의 풍경들, 그리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텅빈 마음이 되었을 때의 추운 고향집 풍경...
그림책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마다 아저씨의 추억이 어린 마을의 풍경이 가득하다. 그리고 외계인 가족들이 마을에 내려와 이웃에서 살게 되면서 서로를 돌보아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도 외계인과 같은 이웃을 만나 살고 있다.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고 각자의 생각이 전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말이다. 서로를 챙겨주고 사랑하다보면 그들이 가족이 되기도 하니까. 에메아저씨는 떠나기 전 외계인 아이에게 사진기와 사진첩을 남겨준다. 그 사진기로 마을을 담아내며 아이는 에메아저씨의 말을 떠올린다.
"네가 사는 곳을 날마다 잘 살펴보렴. 하루하루는 다 다르지만 모든 날들이 아름다우니까."
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과거의 풍경은 무엇일까? 그림책을 읽는 동안 아름다운 추억의 한 자락이 떠오르기도 하고 고향집이 떠오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내가 자서전을 쓰기 시작했을 때 처음 떠올랐던 장면은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었다. 기억으로 남겨놓은 장면들이 향수를 불러 일으켜 고향집에서 지낸 어른 시절이 마치 동화책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청소년 시기를 거치는 이후의 시간을 떠올리는 건 혼란스러웠던 가족들의 시간들이 떠오르며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자서전을 쓴다는 것은 좋았던 기억 뿐아니라 슬펐던 기억들마저 몽땅 소환해서 마주해야하는 것이다. 한바탕의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은 후 울면서 글을 적었던 시간이 떠오른다. 자서전쓰기는 이제껏 기억하기 싫어 묻어두었던 날들을 열어제끼고 나의 날들에 포함시키며 그 날들에도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기회인 것 같다. 마음을 열어 그 모든 날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귀한 시간이었음을 긍정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지만 말이다.
자서전을 쓴다는 것은 추억 속 모든 날들을 긍정하고 그 시간을 거쳐온 지금의 나를 위로하는 것이고, 그 시간들을 잘 지나온 나에게 사랑의 마음을 갖는 것이었다. 삶을 성찰하지 않고, 나를 사랑하지 않고 살아온 시간을 마감하며 새로운 시작을 하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눈물을 흘리며 적었던 글들은 슬픔과 마음의 무게를 가지고 떠나주었다는 것이다.그렇게 활자들에 힘겨운 마음을 얹어 보낸 것이 가장 기쁜 일이었다.
이제 자서전쓰기를 코칭해드리는 8주 과정이 시작되었다. 우리의 삶은 한 권의 책 아니 수십 권의 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단지 기억으로 막연하게 남겨두었던 것들을 기록하는 동안 새삼 내가 참 애쓰며 살아왔구나, 많은 일을 했구나, 힘들기도 했구나, 지금 이대로 좋구나하는 여러 감정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기억들과 감정들을 통해 나를 더 잘 알게되는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삶이 바뀌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