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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은경 Apr 24. 2020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책 읽기

작년(2019년)에 강물이와 마이산 그리고 나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2020년 한 해 동안 ‘나는 100권의 책을 읽고, 아이들은 365권을 읽기’가 바로 그것이다. 처음으로 시도해 보는 일이기도 하고 각자의 선호도가 다르니 책의 종류는 따로 정하지 않았다. 코로나 19로 인해 겨울방학이 4월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 계획에 차질을 빚지는 않는다. 

    

학교가 휴업을 이어가자 도서관도 덩달아 휴관을 한다. 책모임은 만남이 불가해졌지만 ‘카카오톡’으로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나는 책모임에서 정한 책을 큰 틀로 삼고 추천받은 책 위주로 읽고 있다. 문제는 아이들이다.

     

강물이와 마이산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는 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이 있다. 저학년 때는 학습만화를 주로 보던 아이들이 학년이 올라가자 끌리는 책을 찾기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봤는데 재미있었어. 또 읽고 싶으니까 사주면 좋겠어.”

“도서관에서 정말 재미있는 책을 읽다가 시간이 부족했어. 사서 읽으면 좋겠어.”     


책은 도서관에서만 만나는 게 아니다. 서점 나들이를 할 때 좋은 책을 찾기도 한다. 

    

외출을 최대한 자제해야 하는 요즘 서점 나들이마저 쉽지 않다. 생업에 관련되어 있어 출근과 퇴근 외에는 외출을 하지 않고 있다. 집에 있는 책으로만 겨울과 봄을 보내던 아이들의 입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집에 있는 책만 읽으니까 책을 읽어도 심심해.” 과연 이 불만은 전적으로 책 때문일까. 불만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나는 해결책을 하나 던져봤다. 

    

“집에 있는 책을 분류해 볼까? 또 읽고 싶은 책과 동생 물려줘도 되는 책으로?” 아이들이 정말 심심하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우리는 분류를 시작했다.     


강물 : 엄마, 이 책 도서관에서 봤었는데. 그때도 재밌게 읽었는데. 또 읽어야지.    

 

시공주니어 출판사의 「담배 피우는 엄마」라는 책이다. 여덟 명의 친구들이 각자의 고민을 해결해내는 단편이 모여 있는 책이다. 강물이의 추천을 받아 나도 읽어보았다. 요즘 아이들의 고민과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속 깊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엄마 입장에서 울컥하게 하는 대목도 여러 곳이었다.

     

정작 강물이가 나에게 추천한 이유는 다른 것이다. 세상 최고의 엄마랑 둘이서 사는 ‘남주’의 이야기 중이다.     


“세상에 있는 유희왕 카드를 모두 합쳐도, 엄마는 그보다 더 내게 중요하고 소중하고 훌륭하고 특별하다. 다른 친구의 엄마들은 공부해라, 학원가라, 숙제해라, 뭐 해라 등등 잔소리를 한다. 하지만 우리 엄마는 결코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남주아, 엄마랑 같이 영어 공부할까? 그러면서 나와 똑같이 영어 단어를 외우고 테이프를 따라서 읽는다. 남주야, 무슨 책 봤어? 남주가 읽은 책, 엄마도 읽어야지!”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남주의 엄마는 남주의 의견을 묻는다.

“남주! 여기에 이 색이 어울릴까? 아니면 이 색이 더 잘 어울릴까?”     

강물이의 마음을 사로잡은 대목이다.

      

강물 : 엄마, 우리도 이렇게 하자. 엄마는 영어를 잘 하지만 못하는 척하면서 나랑 똑같이 공부하자. 어때?     

어떻게 거절을 하겠는가.     

강물 : 책 읽기도 이렇게 정하자. 엄마랑 나랑 서로 책을 추천해 주는 거야. 어때?     

당연히 좋지.     


혹시라도 책을 조금이라도 더 읽게 시키려는 엄마의 꼼수가 있을까 봐 관심 없는 척하던 마이산도 합세한다.     


마이산 : 그건 좋은데.

나 : 그럼 일주일씩 돌아가면서 책 주제를 정할까? 위인전, 소설, 학습만화 등으로?

강물 : 그래, 그게 좋겠다.

마이산 : 나는 주제를 무엇으로 할까? 멋있는 걸로 해야지.

나 : 읽은 책 표지 뒤에 이름 적기를 하자. 추천해주고 싶은 책은 한쪽 책꽂이에 따로 꽂아두면 나중에 찾기 쉬울 거야.     


코로나 19로 집안에서만 갑갑하게 있는 아이들은 새로운 걸 한다는 데에 얼굴이 밝아진다. 이렇게 하나하나 할 수 있는 걸 찾다 보면 무서운 바이러스도 물러갈 때가 있겠지. 이번 주말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서점 나들이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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