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속에서 시간의 소중함 찾기
코로나 19로 인해 2019년에 시작한 아이들의 봄방학은 끝이 불투명하다.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역사상 제일 긴 방학이다. 이제 일주일(오늘은 3월 15일) 남았지만 그마저도 앞으로의 추이에 따라 달라진다. 방학만 길어지면 좋지만 외출이 전면 금지된 상태이다. 집안에서의 체류가 길어지면 우리는 무기력해지고 나태해진다. 나는 컴퓨터, 휴대전화, 태블릿 PC 등을 사용하는 아이들을 고운 시선으로 볼 수 없다.
아이들은 밤 10시가 되면 잠을 자야 하는 게 우리 집 규칙이다. 영화를 보는 금요일 밤만 예외로 둔다. 요새 들어 내가 퇴근하고 저녁 먹고 어찌어찌하다가 영화를 보기 시작하는 날들이 늘기 시작했다. 요일에 구애받지 않다가 일주일에 7일로 확대되었다. 잠드는 시각이 늦어지면 일어나는 시각도 늦어진다.
‘시간의 중요성을 알려줄 방법이 없을까?’, ‘내가 이야기하면 잔소리처럼 느껴질 텐데.’
이럴 때 도움을 받을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이다. 특히 재미있는 책이어야 한다. <시간을 파는 상점>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이 책에서 아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것은 사람이 쓰고 있는 모자 속이 방으로 표현된 표지그림이다. 또 하나는 주인공이 인터넷 카페에서 사용한 ‘크로노스’라는 닉네임이다. 그리스 신화를 재밌어하는 아이들이다. 어른도 그렇겠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포함된 것에 흥미를 느낀다. 크로노스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등장인물에 행보를 예의 주시하며 아이들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주인공 온조는 인터넷 카페에 ‘시간을 파는 상점’을 열고 손님들의 어려운 일을 대신해주면서 자신의 시간을 판다. 시간을 사고파는 행위는 신선하면서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 문학은 미숙한 주인공이 여러 역경을 겪으면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아이들도 나도 이런 책을 읽으면 같이 성장하는 느낌이 든다.
시간이 소재인 건 책뿐만이 아니다. 영화 <인타임>도 그렇다. 이 영화 속에서 시간은 곧 부이다. 지금 우리가 부를 축적하듯 영화 속에서는 시간을 축적할 수 있다. 일을 하면 보수로 돈이 아닌 시간을 받는다. 버스 요금도 식량을 사는 것도 모두 시간을 사용한다. 손목에 삽입된 시계에 나타난 시간이 멈추면(남아있는 시간이 없다는 의미) 그와 동시에 신체의 모든 기능이 정지한다. 현실세계에서와 같이 인생의 시간을 다 보내면 죽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영화 속에서 다른 점은 그 시간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지 않다.
시간이 곧 부인 영화 속의 세상에서는 물가가 시간으로 결정된다. 어제는 2시간이었던 버스요금이 오늘은 3시간으로 오른다. 윌(주인공)의 엄마가 어제보다 오른 버스요금이 부족해 윌을 만나러 달려간다. 서로의 모습이 보이자 손을 치켜들고 달려간다. 손목에 삽입된 시계를 가까이하면 서로 시간을 주고받을 수 있다. 딱 세 걸음만 더 걸으면 서로의 손목이 닿을 수 있다. 겨우 그만큼의 공간을 사이에 두고 윌의 엄마의 시간이 멈춘다. 영화에서 아이들이 가장 충격을 받은 장면이다.
나는 “시간이 뭐라고 느껴져?”라고 묻고 싶지만, 이렇게 물으면 백이면 백 남자아이들의 입에서 단답형의 대답이 돌아온다. 어떤 질문이 좋을까 하고 머릿속으로 고르고 있는 나에게 마이산이 먼저 이야기한다.
마이산 : 엄마, 나도 내 시간을 팔아볼까? 그럼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내 아들이 분명한다. 현실과 일차원적으로 바로 연결시키는 생각, 나도 했었다. 어릴 때 책<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읽고 나서 ‘나만의 밍기뉴’가 될 나무를 찾아다녔다. 나무는 찾지 못했다. 내 부름에 대답하는 나무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 생각에 사로 잡혀있는 나에게 강물이가 말을 던진다.
강물 : 시간은 어떻게 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
나('좋아, 그거야'라고 생각하며) : 왜?
강물 : 시간을 파는 것은 내 시간을 주는 것이니까 돈을 받지만 내 시간이 없어지는 거지. 시간이 다 없어지면 죽어야 하는데.
마이산 : 영화처럼 영원히 살지는 못하겠지만 시간이 많으면 좋겠어.
나(좋아, 좋아) : 어떻게?
마이산 : 음……. 일단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지. 그리고 책 읽는 것처럼 해야 할 일을 먼저 해고. 그래야 오후에 마음 편하게 게임하지.
강물 : 영화처럼 시간을 저금할 수 있다면 환상적이겠어. 시간을 모아놨다가 하루 종일 게임을 몰아서 하면…….
그래, 얘들아. 비록 기 승 전 게임이지만 과정이 바람직하다면, 그거면 된 거야. 나는 아이들에게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