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보자!!

뮤지컬 '위키드'를 보고 나서

by 신은경

"아!!! ‘위키드’ 빨리 보고 싶다!"


11월에 개봉하는 영화 <위키드 파트 2: 포 굿>를 기다리던 강물이의 외침이다. 강물이는 영화 위키드를 감동스럽게 보았고 광팬이 되었다. 17살의 남자아이의 감수성이 이렇게 짙을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이번 기회에 알 수 있었다.


강물이는 노래를 듣는 것도 부르는 것도 좋아한다. 그 덕에 나와 강물이는 공유할 수 있는 감성이 생겼다. 강물이가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를 좋아하기 시작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우리 가족은 이동하는 차 안에서 그녀들의 노래를 같이 들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강물이가 부르는 노래도 듣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나는 강물이가 노래만 좋아하는 줄 알았다. 강물이의 '블랙핑크'에 대한 애정은 날이 갈수록 커졌고 사춘기 소년은 그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2023년 8월 '블랙핑크'는 월드투어를 마치고 서울에서 피날레공연을 했다. 강물이는 서울콘서트 티켓팅을 성공했고 나는 흔쾌히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그날 돌아오는 버스에서 강물이는 "비투비 25주년 디너쇼하면 엄마 꼭 보내줄게."라는 약속을 했다. 나는 그룹 ‘비투비’를 좋아한다.


그 뒤로 강물이는 콘서트의 현장감을 잊지 못해 여러 번 '블랙핑크'를 비롯한 다른 아이돌의 콘서트에 다녀왔다. 그러다 뮤지컬에까지 호기심이 생겼다.


강물 : 7월에 뮤지컬 ‘위키드’ 내한공연 했는데. 끝났겠지? (검색 중) 아니네, 아직도 해. 10월까지야. 좋은 좌석에서 안 봐도 돼. 3층에서 무대 전체를 보면서 실제로 노래 듣고 싶다.

나 : 3층 표가 얼마인데?

강물 : 8만 원.

나 : 부담 없는 가격은 아니지만 용돈 절약하면 볼 수 있겠네. 서울에 살면 이럴 땐 좋겠다. 주말마다 N차 관람도 가능하겠는데.

강물 : 정말 그렇겠지. 평소에는 서울 살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드는데 이럴 때 좀 부럽네.

나 : 주말마다 서울 다녀오기는 힘들겠고. 이모 집에서 하룻밤 자고 토요일 공연이랑 일요일 공연 보고 올까?

강물 : 정말? 티켓팅할게.


이렇게 강물이와 나는 10월 18일, 19일에 뮤지컬 ‘위키드’를 관람하게 되었다. 토요일 공연 인터미션 시간에 강물이는 이렇게 말했다.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가. 한 10분쯤 지난 거 같은데 벌써 1시간 30분이 지났어. 눈물 나오려는 거 꾹 참았어. 무대를 눈에 담아야 해서."


이런 감정이 충만한 대사를 나는 남편에게도 해 본 적이 없다. 강물이는 ‘위키드’에 대한 감동으로 아주 말랑말랑해졌다. 다음 날(일요일) 공연에서는 참지 못하고 결국 눈물을 흘렸다.


집에 돌아와서도 그 감동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침대에 있는 내 옆으로 와 한참을 이야기한다. 어느 장면에서 어떤 감동을 느꼈는지, ‘엘파바(위키드 주인공)’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어서 그녀의 넘버 'Defying Gravity‘의 가사 중 “Everyone deserves the chance to fly"가 너무 가슴에 와닿는다고. 쉴 새 없이 조잘거린다. 고등학생으로서 바쁜 평일을 보내고 주말이 되면 강물이는 목청껏 ‘위키드의 뮤지컬 넘버’를 부르며 온 집안을 돌아다닌다. 그 노랫소리는 설거지하던 나까지 뮤지컬을 보았던 공연장으로 데려갔다.


나 : 우리 ‘위키드’ 영화 볼까?

강물 : 좋지.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에 우리는 ‘위키드’의 감동에 빠졌다. 다음 날, 강물이의 입에서 오랜만에 책을 읽고 싶다는 말이 나왔다. "엄마, 위키드 원작 소설‘이 있어. 읽어 보고 싶어. 나는 시험 끝나고 읽을게. 엄마 먼저 읽어 봐."


올해 여름부터 강물이가 이런 말을 여러 번 한다.


강물 : "엄마, 이제 1년 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어. 성인이 될 날까지. 그때가 되면 '죄송합니다'로 모든 일이 용서되지 않아. 책임질 일이 많아질 거야. 어떻게 해?"

나 : 뭘 어떻게 해?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 되고 행동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봐야지. 엄마가 생각하기에 지금처럼 그대로 자라면 될 거 같아. 지금도 잘하고 있어.


여느 책에나 나올법한 빤한 대답을 해주며 '아, 이제 시간이 그만큼 밖에 없구나. 강물이도 마이산도 자신들의 세상으로 훨훨 날아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남은 시간이 너무나 소중해졌다. 대한민국의 고등학생 바쁘다. 부모와 무언가를 같이 할 시간도 기회도 부족하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에게 온 소중하고 귀중한 손님들을 융숭히 대접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요리 솜씨를 최대한 발휘하고 피곤에 찌들어 아이들이 나에게 퉁명스럽게 말해도 따뜻한 미소와 부드러운 말로 화답해 준다. 그러면 아이들은 저절로 나에 대한 말, 표정, 행동이 부드러워진다. 아이가 나와 무언가를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불러일으켜준 ‘뮤지컬 위키드’가 나는 무척이나 고맙다.


강물 : 다음 내한공연은 언제일까? 이번이 13년 만이었으니까 적어도 10년은 지나야겠지?

나 : ‘오페라의 유령’이 더 빠르지 않을까?

강물 : 그렇겠네. ‘위키드’는 내가 30대쯤에나 다시 볼 수 있겠어.

나 : 그때는 네가 엄마 보여 주는 거야? 아, 여자 친구랑 볼 수도 있겠네. 그럼 엄마는 뒷줄에서 조용히 볼게.

강물이는 웃었지만 부정은 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11월에 ‘위키드 파트 2: 포 굿’은 같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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