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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빠지면 답이 없다.

너무 늦은 것은 없어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있으니까 

일문과 나왔지만 진실을 말하자면 학력고사 점수에 맞춰 대충 택했던 과였고 고등학교 때

제 2 외국어는 불어였다.

하지만 불어로 인사도 못 한다. 아니다 메르시보꾸 정도는 알지만 그게 인삿말인지 뭔지도 모르겠고 고등학교 때 불어 선생은 머리를 올 백으로 넘긴 느끼남이어서 불어 단어 외우기조차 싫었다.

그리고 그 양반은 불어선생님이었지만 불어를 가르치는 일에 흥미가 하나도 없어뵈는 사람이었으니 불어시간우리의 수업 광경은 대충 이랬던것같다.


불어 선생님 : 1번 일어나서 여성이라는 프랑스 단어 femme [ fam ],팜, 읽어 봐

1번: 팜

불어 선생님: 너는 아니야. 2번. 팜 읽어봐

2번:빰

불어 선생님: 너도 그 발음 아니야. 다시 3번

그렇게 번호 순으로 넘어가다가 운 좋게 15번 쯤에서 본인의 입맛에 맞는, 아니 귀 맛에 맞는 발음을 들으면 올백머리  그대로 흐트러짐없이 15번 옆에 붙어서 발음 교정을 해줬다.

따라해봐, 팜, 그렇지 그거야 그거


추측해보면 그 분도 발음이 좋지 않았고 아마 프랑스에도 못 가보셨을 시대의 선생님이셨지만 무엇이나 프랑스와 연관해서 말하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우리들은 그것을 거꾸로 이용해서 불어 시간 땡땡이를 쳤다.

불어시간에 쓸데없는 질문을 하던 85년 2학년 6반 우리반 아이들

말도 안되는 질문이었지만 쓸데없이 옛날 일을 잘 기억하는 나의 기억력에 저 질문이 남아있다.

2학년 6반 우리반 어떤 여자애가 '프랑스에서도 오곡밥을 먹나요?'라고 질문했고 어이없는 그 질문에 불어 선생님은 성심성의껏 대답을 해 주셨다.

물론 먹지 않는다는 말이었겠지만 프랑스의 음식이라든가 뭐 그런 이야기를 해주셨던것 같고 불어 시간은 그런 식으로 넘어갔었다.


그리고 우리들의 '프랑스에서도 (       )를 하나요?' 질문은 시리즈별로 이어져서 불어 시간에 계속 되었다.

괄호안에 무엇을 넣을 지는 닥치는 대로 , 오곡밥 수준 정도로 이어졌던 것 같다.


모의고사 점수와 별 다를 바 없는 학력고사 점수에 맞춰서(남들은 모의고사+20점은 더 나온다는데 나는 붙박이였다), 과를 선택했고 4년 다니면서 일문과가 지긋지긋하게 싫었는데 지금은 하루 종일 일드만 보고 있으라고 해도 그게 가능한 인간이 바로 나다.

지난 주에는 스이카(수박)을 1편부터 최종화까지 쭈욱 봤다. 카모메 식당의 주인공 코바야시 사토미 군단이 쭈욱 나오는데 2003년 드라마여서 젊은 시절의 배우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물론 내용도 괜찮고, 정말 은근히 힐링이 되는 드라마여서(개취의 문제지만 나는 일드의 정서가 맞고 좋다.)


신용금고에서 일하는 코바야시 사토미의 친구 바바짱이 3억엔을 들고 갑자기 튀는 사건으로부터 시작되는 드라마는 절대 그렇게 살 수 없는 나에게는 나의 해방일지 같은 후련함을 주었고, 아이스바에서 あたり당첨(아타리)만 나오는 하숙집 주인이 당첨에 질려 제발 당첨이 아닌 아이스바 스틱이 나오기를 바라다가 결국 はずれ(하즈레), 맞지않음이 나왔을 때 안심하는 마음을 알 것 같았다.


2층에 함께 사는 교수의 명대사도 기억해볼만하다.

너무 늦은 것은 없어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있으니까 遅すぎることってないんだよ私たちはなんでも出来るんだから‼️ 

오소스기루고토와 나인다요, 와타시다찌와 난데모데키른다카라!!


사실 늦은 건 늦었다. 그저 위로가 될 뿐이지만, 아주 틀린 말도 맞는 말도 아닌 드라마 대사가 나쁘진 않았다.


일본어는 거의 하루도 빼지 않고 보는 일드와 에니로 실력이 좋아진 것 같다. 단어 하나가 들리다가 연결해서 들리는 문장에 신박하게 귀에 들어 오기 시작하다가, 그게 늘어나서 완전한 문장이 들리는 과정을 경험하게 되면 회화는 그때부터 그냥 내리막길 저절로 굴러가는 자전거처럼 쉽게 된다.


우리 가족들은 강제로 일본어 청해에 노출되어 있는 환경에 살다보니 어지간한 생활 회화 정도는 되는 것들도 있다. 그러니 에니메이션으로 일본어가 된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너무 늦은 것은 없어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있으니까 遅すぎることってないんだよ私たちはなんでも出来るんだから‼️ 영어도 이런 마음이면 5년만 하면 될텐데, 올 해는 공부하는 한 해로 정하고 도전!!!


우리의 새해는 음력설이 진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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