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아줌마 입학하다


혼자가 되어 마음은 심난했으나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내 호기심을 채워 주고도 남을 일본스러운

풍경이 넘쳐나는 동네가 교토였다.

1000년동안 일본의 수도였으니 교토야말로 일본스러운 풍경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동네가 아닐까 싶다.

교토의 지하철 노선이 단순한것도 땅만 파면 유물이라서 지하철을 많이 만들수 없었다고 한다.

교토의 땅은 파면 무덤이라는 게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집 옆에 있던 白川(시라가와천)

집에서 왼쪽으로 걸어나가면 있던 개울,집과 100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있던 저 개울이 좋았다.

물비린내가 날 때도 있었지만 개울을 따라 헤이안진구 앞 스타벅스까지 걸어갈 때는 개울을 따라 걷는

골목 탐험을 즐겼다.

혼자라는 것을 잊게 해주는 낯선 풍경들이 좋아서 교토에 있는 동안 많이 걸어 다녔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걸어서 이십오분 정도

학교를 가려고 나서면 상점가에서 풍겨오던 달짝지근한 간장 냄새!

허리가 굽은 반찬집 부지런한 할머니가 かっぽうぎ(일본식 앞치마)를 입고 아침 일찍부터 반찬을 내놓고 팔고 계셨고 반찬집 앞을 지날때면 간장냄새가 밤낮으로 풍겼다.


집에서 걸어서 10분쯤 가면 카모가와강이 나왔다.

봄에는 강바닥이 보일 만큼 물이 말라 있었지만 여름에 집중호우가 내리면 사람들이 앉아 있는 산책로까지

물이 넘쳐서 통행이 금지되었다.

봄에는 물이 발목 정도 밖에 오지 않아서 같은 반의 중국인 까불이 쇼상이 수업시간에 실연당하면 카모강에

빠져 죽는다는 농담을 했고 그 소리를 들은 애들이 모두 웃었지만

애들이 웃었던 건 두가지 이유에서다.


카모강이 그렇게 얕은데 물에 빠질리가 없다는거 한가지와

쇼상 니가 애인이 있을 리가 없다


그렇지만 그 농담이 통하는 것도 잠깐이지 여름에 물이 불었을 때 카모강에서 놀다 빠지면 뼈도 못추릴 강이

바로 저 강이다.


기숙사에 살던 애들은 카모가와 강변을 따라서 자전거를 타고 오는 애들도 있었고, 가끔 운이좋으면 산책로에서 달리기를 하는 노벨상을 수상한 교토대학 교수를 볼 수도 있다고 수업시간에 야마구치선생님한테 들었었다.


교토대학교,도시샤대학교,리츠메이칸 대학교등 대학도시라고 해도 될 만큼 대학교들이 모여 있는 교토시에는 외국인들도 많고 카모가와 주변에는 술집이나 음식점이 많아서 늘 사람들이 많았다.

학교가는 길에 꼭 건너야 되는 카모가와, 저 강을 건너서 쇼핑가를 지나면 학교가 나왔다.



강을 지나고 쇼핑가를 건너 학교가 나오기 까지 심심할 틈이 없었던 학교가는 길

호기심이 많아 거리의 상점 하나하나 보면서 걷다보면 학교가는 길이 즐거웠다.


4월 6일 입학식을 마치고 이제 학생이 되었고 정성들여 쓴 이력서를 보로니아에 제출하고

빵집 출근도 확정받아 오전에는 느긋하게 걸어 오던 등굣길을 오후가 되면 알바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뛰다시피 걸어 다녔다.


2018년 4월 6일 입학식


빵집에서 일하고 싶다고 가게를 찾아 갔을 때는 빵집에서 알바를 하는 줄 알았더니 그곳은 빵의 판매와 빵집의

사무적인 일들을 처리하는 보로니아 사무실이 있던 곳이고 내가 일해야 되는 곳은 구워진 빵을 포장하고

싸이즈에 맞게 잘라서 전국에 택배를 보내는 출하부였다.


또박또박 정자로 일본사람보다 글씨를 더 잘 써서 가지고 간 이력서 덕분에 면접에서 서툴었던 일본어도 통과

그때는 직급도 몰랐지만 나중에 보니까 빵집 출하부의 매니저쯤 되었던 하마다상과 인터뷰를 했는데

내 나이와 자기 나이가 같다면서 나한테 용기가 대단하다고, 멋지다고 하면서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 하고

빨간색 앞치마와 출근부를 만들어 주었다.


2018년 우리나라 나이로는 51세였지만 일본에 가서는 50살이었다.

나이에 관해서는 미국식과 같은 일본의 나이 셈법으로는 내 나이가 51이 아니고 딱 떨어지는 오십이었고

하마다와 나는 동갑이었다.


학교는 4월 6일부터,알바는 4월 16일부터 시작되었고

9시부터 1시 20분까지 학교 수업을 마치고 2시부터 6시까지는 보로니아 출하부에서 알바를 하고 집에 와서

새벽까지 공부를 하는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걱정했던것보다 순조로왔던 4월의 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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