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긴 왔다.

자전거를 타고 다녀도 바람이 이만하면 괜찮지 않나 싶은 정도의 차가움이라니, 봄이 오긴 온 모양이다.

우리나라의 3월은 입학식이 있어서 시작하는 느낌을 주고 일본의 3월은 졸업식의 달이라서 마침표를 찍는 달이지만 3월은 누가 뭐래도 시작의 달이지 싶다.


일본도 3월 졸업식 공식이 깨졌는지 2월 말에 교토를 갔을 때, 졸업식 꽃다발을 들고 다니는 학생들을 봤다.

2월 말에 짧게 다녀온 오사카와 교토에는 그때도 벌써 벚꽃이 반은 피고 반은 준비 중이었는데 지금쯤은 활짝 피어있을 것 같다. 일도 힘들고 사람에게 치였을 때 다녀온 교토는 위로가 되었다. 청수사는 언제 가도 사람이 많았지만 경치는 볼 때마다 눈이 시원했고 금각사의 인위적인 금빛도 볼 때마다 아! 소리가 난다.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빠져서 사람이 없는 편이라고 했지만 내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청수사 올라가는 언덕배기 2년 고개(니넨자카), 3년 고개(산넨자카)는 사람들로 빼곡했다.

알이 큰 오오타마 미타라시 당고를 먹으며 청수사 올라가는 언덕길에서 여동생은 부러운 듯이 말했다.


"언니, 이렇게 사람이 많은 데서 장사하면 재미있겠다"

"야, 경치를 봐야지. 그런 것만 보면 어떡해"


중국사람들이 빠져서 길이 좀 한산하더라는 '카더라'통신을 접수하고 왔지만 3년 만에 다시 온 교토는 2018년에 처음 왔을 때나 지금이나 사람이 많았다.


금각사와 청수사 아라시야마와 니시키 시장까지 우리가 간 곳은 어디나 사람이 많았고 심지어 호텔에는 단체 한국인 관광객들이 있어서 이런 게 바로 호황이라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게 부러울 수밖에 없는 풍경이었을 것이다.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더니, 여기까지 와서 장사 이야기를 하면 어떡해, 쉬러 왔으니 그런 거 생각하지 마"

라고 했지만 어딜 가나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동생은 이런 곳에서 장사하면 재미있겠다 소리를 여러 번 했다.


그럼 우리가 여기서 당고 장사하면 되겠네. 당고 세 알에 330엔이니까 우리는 한 알 더 주고 330엔 받으면 아주 대박 나겠다. 가게 이름은 '자매 당고' 나의 실없는 이야기에 동생은 "그럼 줄은 내가 세울게" 라며 웃었지만 장사하는 사람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장사가 안될 때 속 타는 마음을 한국에서 충분히 경험하고 있는 동생의 마음을 생각하니 우리나라도 교토처럼 어디나 사람이 좀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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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알에 330엔이었던 청수사 올라가는 길에 사 먹었던 오오타마 미타라시 당고, 우리는 한 알 더 주고 330엔.

줄 세울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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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즐거운 것은 내가 있던 곳의 환경을 떠나서 낯선 곳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지내다 갈 수 있어서이다. 나의 경우에는 그렇다. 2월 말에 여행 가는 거 하나만 생각하고 견뎌냈던 한국에서의 1,2월이 2월 말에 다녀온 교토와 오사카 2박 3일 여행으로 다 풀린 것 같았다.


관광지만 찾아다닌 여행이 아니라 꼭 보고 싶었던 교토의 지인들을 만났고 이자카야에서 동창회 같았던 시간을 보냈다. 가끔은 상대가 하는 말의 감춰진 면까지 완전히 알아들을 수 있는 모국어가 아니라 적당히 듣고 적당히 공감이 가는 외국어로 대화하는 것이 더 편할 때가 있다.

2018년부터 교토에서 알게 된 에츠코와 히라이 선생님을 만나서 이자카야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겨울에 마음에 쌓였던 것들이 디톡스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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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히라이와 에츠코 선생을 만났고 낮에는 일 년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던 빵집에 들러서 나의 사수였던 '하마다상'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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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빵집에서 일하고 있는 하마다는 나를 보고 깜짝 놀라며 반갑게 맞아 주었다. 보로냐의 식빵 두개를 샀는데 직원 할인가로 계산을 해 줬다는 것을 호텔에 돌아와서 알았다. 역시 하마다는 의리가 있다.


여행을 다녀와서 디톡스 된 새 마음으로 봄을 잘 맞고 있고 힘들었던 1,2월을 잊고 잘 지내고 있다.

사람마다 듣는 약이 다르긴 하겠지만 내가 다녀 온 2박 3일 짧은 여행은 보약처럼 힘든 마음에 약이 되었다.

여행이 봄이고 약이 되었다. 다음 여행을 갈 때까지 모국어로 열심히 사는 시간을 시작해보자.

"봄이 오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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