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쓰고 민트색으로 배경을 넣고 보니 얼마 전 잃어버린 민트색 바구니달린
내 자전거가 생각난다.
열쇠를 채우지 않았으니 내 잘못이었지만 훔쳐타다, 백미터도 안가서 후회했을 자전거
안장에 쿠션이 전혀 없어 자전거 도둑 엉덩이 깨질거다.
어른이 되고 나서 샀던 두 번째 자전거였는데
잃어버리고 나니 어디서 민트색만 봐도 내거 아닌가 뒤를 돌아보게 된다.
사나운 개의 성질을 조금 가지고 있는 둘째는 엄마 자전거 어디서 보기만 하면
그 놈을 물어뜯겠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해서 내가 다 움찔했던
내 자전거는 이젠 블로그에 남아 있던 사진으로만 기억하게 됐다.
그래도 욕 한번 시원하게 하고 싶다.
"망할 새끼, 여잔지 남잔지 모르겠지만 노트북도 안없어진다는 우리나라에서
남의 자전거를 왜 훔쳐가냐"
자전거로 버스 정류장까지 가서 출근하던 것을 ( 늘 그랬던 건 아니었지만)
이젠 걸어서 일부러 먼 곳의 버스 정류장까지 가고 직장 근처가 아닌 먼 곳에서 내려서
걸어오다 보니 오전 중에 칠천보 이상을 걷게 된다.
자전거 도둑맞고 칠천보를 확보한 셈이다.
호기심이 아직도 많은 쉰둥이라 안가본 길을 좋아한다.
버스도 이거 타보고 저거 타보고 길도 이 길로 갔다 골목길로도 가봤다
스타벅스도 여기 가보고 저기 가보고 그러다가 건진 아이템도 있다.
쿠키가 들어있던 스벅의 철가방
며칠동안은 저 안에 손수건이랑 카드지갑을 넣어서 새침떼기 아줌마처럼
들고 다녔지만, 역시 가방은 에코백이 가장 편하다.
아마 나를 키운건 8할이 호기심이었을것이다.
호기심이 철철 넘치는, 늙지도 않는 호기심이 내 뇌구조의 8할일것같다.
돌아와서 자전거!!
교토에서는 자전거를 사면 자전거보험을 들어야했고, 자전거 주차장도 필수여서 나는 걸어서 다녔지만
자전거 타고 다니는 애들이 부러웠었다.
4학년 때 사촌오빠가 잡아주고 배웠던 자전거에서, 처음으로 오빠가 잡아주던 손을 놨을 때
혼자서 신나게 달리던 비행의 느낌과 두근거림을 기억한다.
오빠는 그때 내가 우회전을 하면서 쌍둥이오빠네 담벼락과 부디치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면서
소리를 질렀다.
뒤에서 보면 담에 부디치는 각으로 보였을 아슬아슬한 자전거타기였을것이다.
어렸을 때 배웠기 때문에 나의 뇌가 기억하는 자전거타기는 비오는 날 한 손으로 우산을 들고
탈 수 있을만큼 자신이 있는데 자전거는 이제 나한테 없고 발만 남아 오전에 칠천보를 걷는
파워 워킹 아줌마가 됐다.
일찍 나와서 새로 뚫은 스타벅스에 가서 일드를 보면서 아이스바닐라 라떼 한잔을 마시면서 눈물을 짰다.
"해피버스카드"
천국으로 여행을 떠난 엄마가 딸이 스무살이 될 때까지 생일때마다 편지를 보내주는 이야기다.
반전은 엄마의 편지가 스무살 생일에 끝난줄 알았는데 자신의 결혼식 때 다시 한 번 전해졌고
투병하면서 엄마가 뜨개질로 뜬 베일을 쓰고 결혼식에 입장하는 눈물이 쏘옥 빠지는 영화였다.
엄마의 편지는 딸을 성장시켰고
엄마는 일찍 돌아가셨지만 늘 자식들과 함께였다.
우리 아이들도 그럴 것이다.
누가 보든 안보든 열심히 적는 블로그와 브런치는 이 다음 내가 없을 때
아이들이 언제라도 꺼내볼 수 있는 자신들의 이야기가 될 것이며 살아가는 힘이 될 것이다.
자전거를 도둑맞고 쓴 이야기치고는 돌아올 수 없는 나의 민트색 자전거처럼 너무 멀리 나갔지만
1.아침에 봤던 일드
2.바닐라 아이스 라떼 한 잔
3.칠천보
좋았던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