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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개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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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봉봉 Feb 03. 2020

너의 행복

똥이야기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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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말쯤인가, 봉구와 공원산책 중 심상치 않은 소리가 났다.

'뿌다다다닥-'

엉거주춤 코를 킁킁거리며 나를 바라보는 봉구

궁딩이 밑 바닥에는 변이 아닌 변수(?)가 뜨끈뜨끈 흐르고 있었다.

설사라니. 한번도 그런적이 없었는데.

신경이 쓰여 출근해서도 계속 집에 체크를 했는데, 이제는 또 지팡이 같은 똥을 뚱땅뚱땅 싸냈다고 한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면 배변판에 또 물똥이.

그렇게 2주를 간헐적으로 설사를 했다. 

먹는게 잘못된건가 싶어 사료도 바꾸고 매일 주던 간식, 오리고기와 황태도 모두 끊었다.

혹시 밖에서 뭔가 주워먹었나 싶어서 산책도 중단.

그리고 병원에 가서 주사도 맞았다.

설사병은 그렇게 지나갔다.


하지만 이 녀석. 이 2주 동안 조르는 버릇이 생겼다.

놀아달라고 전보다 훨씬 격하게 조른다.

사람 발 밑에와서 빠안히 쳐다보면서 낑낑.

아니다. 낑낑이 아니라, 거의 신경질에 가까운 깽깽이 맞는 표현이겠다.

그도 그럴 것이 간식도 산책도 없지 않았나.

참 낙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집에 들어왔을 때 최대한 격하게(?) 놀아주려고는 하는데,

모르겠다. 봉구가 점점 "집 개'가 되어가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너도 짧은 목줄 끝에 느린 주인 매달고 뛰는 것보단

줄 없이 자유롭게 마구마구 질주하고 싶겠지?

매일 똑같은 사료알 말고 먹고 싶은 것도 마구마구 먹고 싶겠지?


우린 한 가족이니까, 봉구의 건강과 안전을 인간인 내가 책임진다...

...는 명분하에 봉구의 자유는 제한된다.

그럴 수 밖에 없다.

하고 싶은 걸 다 하게 해줄 수가 없다.

뭐, 사실 애들 키우는 것도 그렇긴하겠다만은

그냥 인간과 같이 살기 위해 자유를 제한당하는 우리집 개 봉구가 안쓰럽다.


난 너가 행복하게 오래오래 나와 함께 했으면 좋겠는데.

가장 좋은게 뭔지 가끔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니깐.

막상 너는 콧바람 킁킁 내뿜으며 늘어지게 자고 있는데 말이지.

이 사랑스러운 녀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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