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를 끼고 냉장고를 열었다 (OTT와 스낵, 그리고 술)
코로나의 종식이 눈 앞에 놓여있다. 적어도 그렇게 보인다. 처음에 거리두기 정책이 시작되었을 때를 돌이켜보면 참 오래 전 일 같다. 굳게 닫은 단골 술집과 하나 둘 정리되는 저녁모임, 인간관계. 잃은게 많은 것 같은 '사회적격리' 기간이었지만. 내심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시기를 꽤나 그리워 할 것 같다고.
거리두기가 해제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들은 다시 거리로 쏟아져나오고, 회식과 모임도 슬슬 다시 생기기 시작한다. 시간이 연장되었으니 한 잔, 오랫동안 못봤으니 한 잔, 이유도 많다. 격리된 일상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진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 가지 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약속이 아무리 밀고 들어온다해도 '자발적 격리'의 시간을 꼭 마련해 둔다는 것이다. 이 점은 나 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코로나 기간 도안 우리 모두는 집에서 혼자서도 즐겁게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버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술과 OTT가 있다.
사람때문에 웃고 사람때문에 우는 우리네 삶. 여행과 식도락의 자유를 반납한 점은 아쉽지만 '격리' 속에서 '자유'를 누린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해방감에 대한 학습은 정적인 삶의 순간도 누릴 수 있는 존재로 만들어주었다. 여러 단면이 있지만 먹는 것과 마시는 것, 그리고 감상하는 것에 대한 기록을 지금부터 남겨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