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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원 Mar 12. 2022

메타인지와 메타지능

아는걸 안다고 하는 것, 모르는걸 모른다고 하는 것, 그것이 곳 앎이다.

어디를 가나, 어느 곳에서나, 예외없이 맞닥뜨리는 당황스러운 상황은 이런 것이다.


"그거 잘 알죠. 당연히 고려 했죠. 해봤는데 잘 안되요.
예전부터 고려했던 거에요. 이게 최선이에요."


별로 당황스러운 말투는 아니다.

다만, 기존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보완점이나 개선점에 대한 조언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듣는 이야기들이라 당황스럽다는 것이다.


담당자가 잘 고려했고 당연히 잘 개발 했다고 하는데, 나는 왜 지금 그 사람들이 이미 잘 했다고 하는 것들을 고민하고 지적질 하는 중인가?


혹시, 내가 잘못 알고 있나? 정말 아무 문제가 없는건가?


항변하는 쪽에서는, 내가 조언하는 말이 그들의 생각이나 변론과 같아서 안도의 마음이 들 것이고, 지적당한 내용들이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아니라는 다소 억울함 섞인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잘 해놨구만! 문제 있다고 지적질하고 말야~ 생사람 잡네!


고민이 깊어졌다.


이참에, 내가 잘 못 알고 있는것은 아닌가 하는 자기반성이 이어졌고, 스스로의 분석을 되짚어 보기로 했다.

좀 더 깊숙히 들여다 보기 시작했고, 동일한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이유를 발견했다.


잘 알고서 잘 고려했다는 건 그들의 인지적 관점에서의 자체 평가였을 뿐이고, 실제로는 제대로 돌아가기에 부족하거나 비어있는 부분들이 많이 발견 되었다. 인지의 범위가 좁았고, 그 범주에서는 대부분 문제점을 발견하기 힘든 것들이었다. 그들의 반응이 그럴수 있겠다 싶었다. 대부분 협소한 범위에서는 확고한 신념이나 아집이 더 확장된 영역을 바라보기 힘들게 하고 장애가 된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인지적 변화가 필요하다. 스스로에 대한 인지적 변화.

내가 생각하는 범주가 적절한가? 더 넓혀야 하는가 좁혀야 하는가? 고려해야 할 항목들이 적절한가? 더 다양한 항목들이 도입되야 하는것은 아닐까?


오랜 세월 같은 일만 하는 사람은 스스로 메타인지가 떨어진다고 한다. 스스로를 자각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익숙함, 익숙함으로 부터 벗어날 때 엄습해 오는 불안감과 피로감, 익숙함을 만들어 내기까지 겪었을 고난을 다시 겪어야 한다는 끔찍한 상상력? 그런 것들이 사람들을 익숙함에서 더욱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자신이 스스로 세워 놓은 권위를 무너뜨리는 순간, 그들이 느끼는 자신의 근본/지지기반/터전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막연하고 터무니 없는 불안감이 주관적 위기의식으로 작용하고 변화를 막고 있는 것이다.


내부로 부터 오는 주관적인 위기의식 vs. 외부로부터 오는 객관적 위기의식


차이는 극명할 수도, 미묘해서 알아채기 어려울 수도 있다.


어딜 가나 똑같다. 대기업, 중견기업, 스타트업....  그 내부에서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이들의 지적인 능력이 메타지능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를 자각하고 행동에 옮기고 통제하는 지적 능력은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적 능력 만큼이나 중요한데 사람들은 외부적 현상, 기술적인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방향이 잘못 설정 되었고, 강력한 관성으로 움직이고 있는 리더들을 놔두는 편이다. 그런 집단의 내부에서는 심각함을 인지하지 못한다.


메타인지를 위해서는 메타지능이 필요하다. 그 능력을 측정하거나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있다.


"당신이 만들어 놓은 업적에 대해서 논평해 보세요." 라고 좋은 질문 몇가지만 던지면 된다.

그리고 그 질문을 매년 던져서 그가 말한 내용들을 살펴보는 것이다. 적절한 자아비판, 해결 방안, 노력과 다양한 시도의 과정들이 녹아들어가 있는가? 일관성 있는 자세나 태도를 보이는가? 감정적 반응은 없었는가? 스스로에 비판하는 과정에 대해서 별로 개의치 않았는가? 아니면 고통스러웠는가? 자신의 단점을 이야기 하는 것을 꺼리는가 거리낌 없는가? 단점 드러내는 것에 소극적인가?


"당신 스스로를 의심하지는 말고, 당신이 가진 생각이나 알고 있는 지식을 의심해 봐요!."

"잘 알고 있다고 착각 하거나, 별다른 이유로 본인의 기억에 애착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되살펴봐요."

"내가 잘 하고 있다고 믿고 수년~수십년을 살아 왔는데 그게 아니라면 당신은 어떤 기분일까요?
  아찔하겠죠? 그러니 지금 부터라도 잘 해오고 있었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세요."


원래 성격 때문에 비판적 의견에 대해 개방적이지 못하거나 적극적이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사실상 그들은 고치기 어렵다. 그들의 모습 그대로 인정해야 하고 그에 걸맞는 일을 맡기면 된다. 그들은 스스로 변화하기 보다는 대세나 흐름에 묻어가면 무탈할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세상을 열고자 한다면 조직에 밸런스 있는 자극과 활력을 불어넣는, 거침 없고 자유로운 성격의 활동가들을 곁에 많이 둬야 한다.


어제도, 직원들이 메타인지를 갖도록 질문을 많이 던졌다. 그들 스스로 생각하고 진지해지고, 항상 토론할 준비가 되어 있도록 끊임 없이 부추기고 자극을 주고 있다. 피곤하고 지치는 일이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느낀다. 그정도면 된거다.


그들을 변화시키는 일이 근본적으로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나 부하직원 그들 하나하나를 위한 일이라고는 보지는 않는다. 그냥, 내 리더십을 기르기 위한 것일 뿐이다. 내가 스스로 개발하고자 하는 리더십이, 운이 좋게도 부하 직원들에게 도움이 되고 회사에 이득이 될 뿐이다. 결국은 이 모든 일들애 내 리더십, 내가 세운 가설, 그 가설에 걸맞는 액션, 그에 따른 결과과 나오길 기대하면서 행하는 것이고, 내 영향력을 넓히고 그것에서 쾌감과 즐거움,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리더십을 스스로 갖고자 할 뿐이다. 그게 내 강력한 자산이 되고 어디에서건 밥벌이 정도는 할 것이니까.


메타인지가 잘 되고 메타지능이 높은 사람은 지금같은 변화와 혼란의 시대에 (진화론적 관점에서 매우 우수한) 능력자 임은 분명하다. 그런 지금, 역량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진화는 변화가 없는 환경에서 스스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서 빠르게 변화하는 것이다.


무의미하고 생뚱맞은 변화를 자랑스러워 할것인가? 과거의 유산에 자랑스러워 하며 머물러 있을 것인가?


아니면 변화해 가는 세상에 맞게 빠르고 적극적으로 바뀌어 갈 것인가?


메타 지능은 인공지능 개발에만 사용되는 용어는 아니다. 사람에게 더 필요해서, 떄론 사람을 위한 언어라고 생각 되며, 사람이 갖기 어려운 그런 능력을 인공지능으로 구현하고 싶은 그러한 욕망이 용어에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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