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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현 May 28. 2020

봄과 은행

은행 계좌를 새로 열려고, 한 달째 기다리고 전화를 하고 은행을 방문하길 반복했다. 기다림에 지치지 않는 자세는 이곳에서 가져야 할 미덕이다. 오늘도 은행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우스갯 소리로 친구에게 한 말이 있다.

"스웨덴은 참 살기 좋은 나라야."

친구가 더 자세한 설명을 기다린다. 

"물론 이곳의 겨울과 스웨덴 사람들이 없어져 준다면 말이지."


한국에서 살던 외국인 친구를 자주 도와줬던 적이 있다. 낯선 환경에서 만나는 자기 나라와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을 만날 때면 그는 이렇게 큰 소리로 외쳤다.

"펔킹 코리아. 아이 헤잇트 디스 컨츄리."


이제야 생각나는 그 친구의 깊은 빡침의 소리에 나는 얼굴을 찌푸리기만 했을까? 왜 옆에서 더 보듬어 주지 못했을까? 그때 나는 내 나라를 욕하는 양키 놈이라는 생각을 하기에 앞서, 어려움에 처한 이를 더 친절히 도왔어야 했다. 

내가 그 친구와 같은 처지에 놓이니, 스웨덴 사람들이 지긋지긋해질 정도니 말이다. 역지사지, 간단한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타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내가 그 사람의 상황에 놓이지 않은 이상 말이다.


이랬든 저랬든, 스웨덴에도 봄이 왔다. 아직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하지만, 낮은 제법 여름 날씨처럼 뜨겁다. 그 한낮의 열기에 놀라 '오늘이 도대체 몇 도이길래 이렇게 더운거야?'라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들여다본 스마트폰의 날씨에는 덩그러니 17 도라고 적혀 있었다.

이게 사실일 리가 없다. 17도의 날씨에 더워 죽겠다고 느끼다니. 이러다가 어떻게 다시 아시아로 돌아간단 말인가. 헛헛한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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