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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현 Apr 08. 2024

'레고와 이케아'로 보는 국민성

레고는 덴마크에서 태어난 장난감 회사, 이케아는 스웨덴의 가구 회사다. 워낙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라 마치 각 나라를 대표하는 회사로 인식된다. 물론 덴마크에는 나라 전체를 먹여 살리고도 남을 정도인 제약회사가 있고, 스웨덴도 볼보가 있다. 볼보는 중국 기업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볼보가 스웨덴 회사라고 생각해야 하는지 개인적으로 의문이다. 그러나 스웨덴 사람들은 여전히 볼보에 대한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어 당연히 자국 회사라고 믿으려고 한다. 단순히 매출로만 따질 일은 아니지만, 레고와 이케아는 다른 기업에 비해서는 매출이 높은 회사에 속하지 않는다. 또한 이케아도 본사가 네덜란드에 있어서 법적으로 스웨덴 국적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2개의 회사가 가지는 국가적 상징성은 크다.

레고와 이케아를 보고 있으면 '어쩌면 이렇게 두 나라 국민성을 참 잘 담아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 그럴까?


레고는 다 알다시피 작은 블럭들을 이리저리 알맞은 곳에 맞추어 계획된 모양으로 완성하는 놀이다. 이 장난감에는 덴마크인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요소가 있다. 바로 아주 작은 조각의 디테일에 집중하는 그들의 천성이 그렇다. 이들은 정말 섬세한 일에 집중하는데 아주 뛰어난 재능이 있다. 이런 특성은 덴마크의 제품들을 보면 여실이 드러난다. 예를 들어, 로얄 코펜하겐의 식기나 루이스 풀센의 조명 제품을 보면 그렇다. 제품 속 작은 디테일을 살펴보면 상당히 아름다워 경이로울 지경이다. (이런 장인 정신은 프랑스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물론 그만큼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그런 높은 가격 정책에도 덴마크 디자인 제품은 인기가 높다. 그런 품질과 예술성에 돈을 지불하려는 덴마크인도 있고 세계적인 인지도도 높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 반대로, 조금 규모가 큰 제품을 만드는 재능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다. 그래서 작은 부분을 보면 아주 아름답지만 전체적인 모양을 보면 가끔 엉망인 경우가 있기도 하다. 


또다른 케이스인 이케아는 어떻게 스웨덴의 국민성을 담아내고 있을까? 스웨덴에는 '라곰(Lagom)'이라는 단어(표현)가 있다. 뜻은 이렇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 즉, 스웨덴은 이런 라곰한 상태가 편안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라곰'은 단어로만 존재하지 않고 스웨덴 전반에 퍼져 있는 스웨덴 사람들의 가치, 혹은 삶을 바라보는 규범(norm)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모자란 것도 싫어하지만, 과한 것도 불편해하는 경향이 있다. 라곰이라는 문화를 이해하고 이를 스웨덴 전반에 걸쳐서 비춰보면 스웨덴 사람들의 생각이나 일하는 습관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미지 출처: BBC>

  

이런 라곰의 문화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스웨덴 출신 유명 할리우드 배우인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의 이야기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당신은 스스로 잘생겼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내 얼굴이 잘 생겼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건 스웨덴의 문화 때문에 그런 것도 같다. 왜냐면 스웨덴 사람들은 남들보다 특별하다고 생각 것 자체를 싫어한다."


<이미치 출저: Vocal Media, 알렉산더 스카스가스>


남들보다 특별한 것, 남들보다 남달라 보이는 것을 싫어하기에 적당히 공정하게 배분하자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세계에서 악명 높게도 세금이 과한 나라가 탄생한 것일지도 모르고, 세계에서 가장 공정한 배분을 한 복지국가 중 하나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다 라곰이라는 생각이 그들 전반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다시 이케아의 이야기로 돌아오면 이렇다. 이케아는 이렇게 말한다. '디자인의 민주주의를 이루겠다!'라고 말이다. 여기서 사용된 '민주주의'를 다른 말로 하면 '모두가 즐길 수 있는'이 된다. 이를 또다시 다른 말로 바꾸면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즉, 부자가 아닌 돈이 별로 없는 일반 대중도 살 수 있는) 가구 회사를 지향한다는 말'이다. 참 좋은 말로 치장해 놓았다. 이들이 디자인에 민주주의라는 말을 가져다 쓸 때,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스웨덴답게 프로파간다를 잘하는구나...' 그냥 '저렴한 가격에 이쁜 가구'라고 말할 것을 '디자인의 민주주의'라고 말하는 그 마케팅은 알고 보면 풋하고 웃음이 난다. 그와 동시에 그들의 뛰어난 마케팅 능력에 존경을 표하고 싶은 경외심이 생긴다. 스웨덴은 정말 쓰레기 같은 현실도 아름답게 포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나라다. 이런 스웨덴 사람들의 능력 때문에 스웨덴이 국제적으로 과대평가(?)를 받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들은 무엇이든 가격을 후려쳐서 싸게 만드는 능력이 심각하게 뛰어나다. (이케아만 그런가? H&M은 또 어떤가?) 저품질의 상품을 좋은 디자인으로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데 아주 천재적인 사람들이다. 라곰이라는 단어처럼, 모두가 적당히 이쁘고 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누릴 수 있는 상태가 편안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케아의 가구들을 조립하고 보면 어딘가 비뚤 하고 서랍의 틈이 너무 벌어져 있거나 한 것은, 라곰의 문화, 즉 적당히 만들었고 적당히 편안한 가격에 상품이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라곰이지! 즉, '가구가 뭐 대충 이렇게 서 있으면 되는 거지. 대충 해 대충 하라고!'라는 저변에 대충의 정신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웨덴 사람들은 그렇게 높은 품질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리고 높은 품질을 만들기 위해 밤이 새도록 일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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