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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현 Sep 19. 2024

스웨덴의 이상한 음식들

이케아에서 보여주는 정제되고 아름다운 스웨디시 밋볼과 같은 그런 음식 말고, 여기 스웨덴 사람들이 먹는 음식 중에 내 기준으로 골라본 이상한 음식이다. 




1. 술스트뢰밍 (Surtrömming)


이 절인 청어는 스웨덴 사람들에게도 역겨운 음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스웨덴 사람에게 "나 이거 먹을 본 적이 있어."라고 말하면, '그런 거지 같은 걸 어떻게 먹냐?'라는 눈으로 바라본다.

캔을 연 순간부터 지독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집안에서 먹을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되도록이면 야외에서 먹거나 발코니와 같은 외부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서 먹어야 한다. 주로 얇은 빵에 감자와 채소를 섞어서 먹는다. 맛은 아주 역겹지는 않지만, 다시 먹고 싶은 맛은 아니다. 워낙 악명이 자자한 음식이라 경험 삼아 먹어 본 것으로 족하다.


꽤나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16세기 때부터 먹은 것으로, 소금에 절인 청어를 6개월 정도 삭힌 음식이다. 워낙 냄새가 고약해, 세상에서 가장 냄새가 역한 생선음식으로도 알려져 있다. 

내 주변 스웨덴 사람들 중에 이걸 챌린지로 받아들여 재미로 먹지만, 좋아서 먹는 이는 없다. 그럼에도 동네 마트를 가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대체 누가 이걸 먹는다고 슈퍼에 가면 꼭 있을까 싶지만, 얼마 전에 누군가 이 캔을 집어서 장바구니에 담는 걸 보고 실제로 누군가는 즐겨 먹는 음식이라는 걸 깨달았다. 


어떤 음식인지 궁금하면, 아래 동영상을 보면 대충 감이 온다. 





2. 블로드푸딩 (Blodpudding)


스웨덴식 선지다. 돼지 피를 응고해서 만든 음식인데, 한 팩에 1300원 정도로 마트에서 살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음식 중 하나다. 응고된 피가 마치 푸딩 같아서 해석하면 '피 푸딩'이 된다. 이걸 프라이팬에 구워서 스테이크처럼 먹는데, 달콤한 링곤잼, 베이컨, 감자 등과 곁들여 먹는다.



블로드푸딩을 보고 있으면, 과거 스웨덴이 얼마나 얼마나 가난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스웨덴이 잘 살기 시작한 역사는 굉장히 짧다. 북유럽의 날씨가 농작물을 기르기에 적합하진 않아서 농부는 아주 찢어지게 가난한 경우가 많았다. 스웨덴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책 '이민자(우리나라의 토지와 비슷한 책)'를 보면, 주인공인 농부가 "올해 감자 20알을 심으면, 내년에 감자 20알을 얻는다. 그럼 내 노력은 무엇이 된단 말인가?"라며 한탄을 늘어놓는 장면이 있다. 일을 할수록 가난해지는 농부의 삶을 잘 그려낸 대작이다. 그만큼 척박한 땅에 날씨도 좋지 않아서, 스웨덴은 예전엔 무척이나 가난했다. 오죽했으면, 먹고살려고 바이킹이 되었을까? 이게 모두 수확이 좋지 않은 농업활동과 관련이 있다. 

여하튼 이 음식을 먹고 있으면, 왠지 스웨덴의 가난한 농부가 된 느낌이 든다. 진짜 고기를 먹을 돈이 없어서 돼지피 말린 거나 먹고 있다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맛은 없다. 없다는 게 어떤 특정한 맛이 없다는 것이다. 이걸 왜 먹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잼과 베이컨을 곁들여 먹는가 보다.                     




3. 씰 (Sill)


씰은 첫 번째 소개한 술스트뢰밍과 비슷하게 청어를 절여 삭힌 음식이다. 그러나 맛은 상당히 다르다. 술스트뢰밍은 소금으로만 생선을 절이지만, 씰은 여러 가지 야채와 양념, 식초, 허브 등을 섞어서 새콤달콤하게 만든다. 

씰은 대표적인 스웨덴 전통 음식이다. 그렇지만 스웨덴 사람만 먹는 건 아니고 북유럽이나 독일 북부 지방 사람들도 즐겨 먹는다. 특히 크리스마스, 부활절과 같은 명절에는 꼭 빠지지 않고 식탁에 올라온다. 주로 삶은 감자나 달걀을 곁들이거나 빵 위에 얹어서 먹는다. 

마트에 가면 여러 종류의 맛으로 구할 수 있다. 특히 크리스마스 철이 되면, 한정판 특별 시즈닝이 된 씰을 구하는 것도 묘미다.



개인적으론 씰을 좋아한다. (단지 많이 짜기에 자주 먹거나 많이 먹긴 어렵다.) 특히 카레 맛을 제일 좋아하는데, 카레맛은 덴마크 씰이 제일 맛있다. 새콤 달콤해서 비유를 하자면 단무지 맛과 비슷한 생선요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는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많은 이민자들이 싫어하는 음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 




4. 칼레스 카비어 (Kalles Kaviar)


캐비어라고 발음하지만 진짜 캐비어는 아니다. 그러니까, 생선 페이스트를 알루미늄 튜브에 넣어 놓은 것인데 상당히 짜다. 짜고 생선맛이 나며 MSG맛이 난다고 할까? 여하튼 그런 비슷한 맛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새우깡을 100배로 압축해서 짜게 만든 맛과 비슷하다. 가끔 새우깡이 먹고 싶으면 이걸 먹으면서 달래기도 하는데, 워낙 짜서 튜브 한 개를 사면 유통기한이 지나도록 끝을 못 보고 버리는 경우가 잦다. 참고로 삶은 달걀 위에 소금대신 살짝 뿌려먹으면 맛있다.



스웨덴 사람들은 이걸 빵 위에 삶은 계란을 얹고 맨 위에다 듬뿍 진짜 아낌없이 짜서 먹는다. 그 짠걸 어떻게 그리 먹는지 모르겠지만, 스웨덴 국민 아동 음식이다.

역겨운 맛은 아니다. 왜 국가적인 사랑을 받는지는 잘 모르겠는 그런 맛이다. 칼레스 캐비어도 먹고 있으면 약간 가난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진짜 캐비어는 먹을 형편이 안되고 캐비어 맛이라고도 할 수도 없는 걸 대신 먹는 느낌이랄까?

스웨덴에 올 일이 있다면 경험 삼아 한번 먹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5. 튜브 치즈 


알루미늄 튜브에다 치즈를 넣어서 판매를 하는데 그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마트에 가면 한 곳이 이 튜브 치즈로 구성되어 있는데, 베이컨 맛, 파프리카 맛, 참치 맛, 연어 맛까지 정말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이 치즈는 가공된 가짜 치즈가 아니라 100퍼센트 진짜 치즈라는 게 신기하다. 



치즈가 튜브에 들어 있어 이상하지만, 맛은 상당히 좋다. 특히 등산 갈 때 딱이다. 가방에 넣고 필요한 양만큼만 짜서 먹으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맛은 할라피뇨 맛이다. 매운맛의 할라피뇨가 느끼할 수 있는 치즈의 맛을 잘 잡아준다. 스웨덴에 왔다면 먹어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매운맛이라지만, 스웨덴의 매운맛은 매운맛이 아니다. 고추가 치즈에 살짝 스친 맛이랄까.)




 


6. 케밥 피자 (Kebab Pizza)


아랍 이민자들이 스웨덴에서 식당을 열면, 그들은 아랍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을 열지 않는다. 그들 대부분이 피자집을 연다. 이탈리아식으로 이름을 내걸고는 피자는 파는데, 운영하는 사람들은 죄다 아랍 이민자들이다. 그런 그들이 피자집을 차렸으니, 당연히 케밥으로 피자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겠는가? 그렇게 탄생한 것이 케밥으로 토핑한 피자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토핑이라 처음엔 이상하게 보이나 한 입만 먹어봐도 맛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스웨덴에서 피자를 먹으러 피자리아(피자집)를 갔더니 그곳의 주인이 중동인이다 싶으면, 그냥 다른 걸 주문하지 말고 케밥 피자를 먹는 게 낫다. 이탈리아식 피자는 보통 맛이 없지만, 케밥 피자는 평타 이상을 치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사실 외국인들이 한국식 피자를 보고 '뭐 피자가 이래?'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식 피자도 로컬화로 이상하게 변질된 것처럼, 스웨덴에서 케밥 피자가 아랍인들에 의해 로컬화가 된 것과 같다. 여기서 스웨덴, 이탈리아, 아랍인들이 섞인 이상한 조합이 특이하다. 물론 스웨덴은 장소만 제공했을 뿐이고, 이탈리아는 이름만 제공했을 뿐이다.

이 외에도, 스웨덴의 이상한 피자는 프렌치프라이 피자(Pommes pizza)다. 아 이런 기발하게 싼 재료로 토핑 할 생각을 다하니...라는 생각이 드는 피자다. 비주얼은 정말 끔찍할 정도로 쇼킹하지만 맛은 의외로 좋아서 놀랐다. 우리나라로 치면 웨지감자 피자와 비슷한 맛이라고 보면 되겠다.





7. 살트라크리스 (Saltlakris)


이건 도대체 무슨 맛으로 먹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소금맛이다. 짠 소금맛 사탕이다. 사탕이려니 싶어 먹었다가 바로 뱉어낸 적이 있다. 그냥 짜다. 스웨덴 사람 아니라면 먹을 일이 없을 그런 맛이다. 짠 음식을 좋아하는 걸 알고는 있지만 소금 덩어리를 입에 넣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뭘까? 군대를 가서, 한여름 최악의 더위 속에 행군을 마치고 쓰러지지 않기 위해선 먹을법한 사탕이다.

혹은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스웨덴 방문기념으로 사다가 선물로 줘도 좋을 아이템이다. '에잇, 엿 먹어라!'가 아니라, '에잇 살트라크리스 먹어라!'가 된다.

 

살트라크리스가 들어간 초콜렛과 아이스크림

사탕으론 부족해서, 이 사람들은 초콜릿에도 넣고 아이스크림에도 넣는다. 스웨덴에서 뭘 살 때는 이 살트라크리스 맛이 아닌지 주의할 필요가 있다.




8. 케첩 스파게티


이 케첩 스파게티를 보고 있으면, 가난한 학생이 먹을법한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은 스파게티면에 그냥 케첩만 뿌려서 식탁에 올라온 음식. 스웨덴이 그렇게 가난한 나라인가? 왜 이런 저질 음식문화가 있단 말인가? 이건, 흡사 우리나라의 맨밥에 계란프라이를 얹고 간장과 참기름으로 맛을 낸, 어린 시절 추억돋는 엄마가 게을러진 날에 먹는 밥보다 수준이 떨어진다. (그런데 스웨덴 케첩은 내가 먹어본 케첩 중에서 가장 맛이 좋은 건 사실이다. 그런 자존심에서 이런 음식이 기인하진 않았겠지만...)



예전에 어느 한 방송에서 경제적으로 성공한 한 부자의 집을 방문해 하루를 보내는 그런 프로그램이 본 적이 있다. 중년의 부자가 밥 먹을 시간이라며 자신의 식탁에 이 케첩 스파게티를 올려놓고 고급 샴페인과 같이 먹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이게 스웨덴의 음식문화라면 존중하겠다. 




9. 스몰고스또따 (Smörgåstårta)


스웨덴의 대표적인 파티 음식이다. 잔치상에 빠져서는 안 될 음식인데, 빵과 빵 사이에 마요네즈, 연어, 삶은 달걀, 새우, 연어 등을 겹쳐서 만든 케이크다. 마요네즈가 너무 듬뿍 들어가서 자칫 느끼하기 십상인 데다, 축축해진 빵에 생선까지... 이 조합은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린다. 개인적으로 처음엔 이게 뭔가 싶어서 상당히 당혹한 기억이 있는데, 이제는 즐겨 먹는 음식이 되었다. 

주변에 친하게 지내는 할머니 이웃이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가끔 사주는 음식이다. 한 조각만 먹어도 칼로리가 엄청난데, 할머니 앞에선 젊은이(이젠 중년이지만)는 돌도 씹어서 먹어야 하기에 3조각 4조각까지 먹다 보면 반년은 쳐다도 보기 싫어지는 그런 케이크다. 



처음엔 그렇지만 익숙해지면 맛있는 음식이다. 새우와 연어가 들어가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스웨덴 사람들에게도 특별한 날에 먹는 특별한 음식이다. 

스웨덴에서 학교 다닐 때 스웨덴인과 잠깐 썸을 탄 적이 있다. 그때 그 친구가 나를 집에 초대해 이 스몰고스또따를 대접한 적이 있었다. 그때가 내가 처음 이 케이크를 먹은 날이었다. 아주 느끼한 맛에 미쳐버릴 지경이라 아주 조금만 먹었다. 그 뒤에 알고 보니 이 케이크는 가난한 학생이 지불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스웨덴식 좋은 음식을 먹이려던 그 선의를 내가 무시한 꼴이 된 셈이다.





 


위로의 길을 따라 걸을 것 (안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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