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종현 Sep 05. 2024

스웨덴 생활의 만족

다분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스웨덴에서 살면서 만족스러운 점들을 정리해 보았다.



타인의 삶에 관심이 없다

한국에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 중 하나는, 가족이고 친척이고 친구들 모두가 내 삶의 방식에 이래라저래라 조언을 늘어놓고 평가를 해대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했다 점이다. 특히 친척의 지나친 관심과 조언은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심했다. 그런 나에게 스웨덴은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이곳은 타인의 삶에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물론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 않고, 사회에 일정 부분 기여를 하고 있다면 말이다.) 남이 어떻게 살든 어떤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든, 어떤 사상에 심취해 있든 그들은 관심이 없다. 따라서 내가 옷을 어떻게 입든 (치마를 입고 일하는 남자 건설 노동자를 볼 정도였다), 어떤 삶의 방식을 취하든 누구도 관섭하지 않는다. 진정 개인의 자유가 높은 나라다.


거리에 사람이 없다

아시아 국가 어디를 가도 길거리마다 사람이 넘쳐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우리네 인구 밀도는 상당히 높다. 그렇지만 스웨덴은 어디를 가도 사람이 없다. 한적한 길거리를 걷고 있으면,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든다. 그렇지만 지금은 사람들로 가득한 도시의 삶이 가끔 그립긴 하다.


지루한 국가

스웨덴은 지루한 나라다. 친구들 중에는 스웨덴의 환상에 젖어 찾아왔다 심심함을 이기지 못하고 자국으로 돌아간 경우가 꽤 있다. 스웨덴은 참 할 게 없는 나라다. 북유럽의 특징이기도 하고 유럽 전체의 특징이기도 할 것도 같은데 북유럽이 조금 더 심한 것 같다. 저녁이 되면 길거리는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 정도만 있고 텅텅 빈다. 큰 도시를 제외하면 밤문화라는 게 없기 때문이다. 가족 중심으로 외식을 잘 안 하는 사람들이라, 가족이 없이 이주한 싱글이라면 상당히 심심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심심한 시간들이 좋다면, 스웨덴이 자신과 잘 맞는 나라가 될 수도 있다. 이 시간을 개인적인 시간들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퇴근 시간도 늦고, 퇴근하더라도 회식을 하거나 친구를 만나느라 늘 하루가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나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 없었고,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가끔 들곤 했었다. 그런 점에서 이 심심한 나라 스웨덴의 삶이 나에겐 맞다.


아름다운 숲이 늘 근처에 있다

자주 숲 속으로 산책을 가거나, 조깅을 한다. 이곳은 조금만 타운을 벗어나도 울창한 숲이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가 쨍쨍한 날은 숲 속의 소나무들이 말라가며 뿜어내는 그 우드향이 너무 좋다. 그 냄새를 맡으며 숲길을 조용히 산책하는 기분은 뭐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평온하다. 

길거리에도 사람이 없지만, 숲에도 사람이 없다. 우리나라처럼 등산길에 줄 서서 가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이곳에선 숲을 걷다가 한 번도 사람을 마주치지 않는 적도 많을 정도다. 이건 스웨덴 사람들이 자연을 싫어하거나 캠핑, 하이킹을 싫어해서가 아니다. 이곳 사람들 자연을 엄청나게 좋아한다. 그렇기에 캠핑과 관련 의류나 소품들도 많이 발전해 온 것이다. 다만, 숲 속에서 사람들을 마주치기 힘든 건, 땅이 넓고 숲도 넓기 때문이다. 

스웨덴으로 이주를 생각한다면, 자신이 '숲을 좋아하는가?'라고 물어봐야 한다. 그리고 만약 자연을 그다지 즐기지 않고 도시의 삶을 즐기는 성향이라면 스웨덴 거주는 심각하게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스톡홀름은 다른 경우다.) 내 일본인 친구는 스웨덴이 너무 심심해서 여기서 오래는 못 살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런 지인에게 "아니 그렇게 심심하면 숲 속 하이킹도 다니고 그러면서 레저 활동을 하면 좋지 않아?"라고 했더니, 자연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런 경우엔 스웨덴이 자신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없어서 심심한 나라인데, 자연을 즐기는 행위조차 하지 않는다면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물가가 한국보다 싸다

생각보다 한국보다 물가가 싼 편이다. 물론, 식당에서 외식을 하면 한국보다 비쌀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 한국도 너무 물가가 올라 어떤지 모르겠다.) 그러나 만약 집에서 요리를 자주 해 먹는다면 생활비는 적게 나오는 편이다. 마트에서 사는 채소, 생필품은 한국보다 다소 저렴해 보인다.

집값도 한국보다 많이 저렴한 편이다. 물론 스웨덴 대도시는 아파트나 주택이 비싸지만 이 경우도 서울에 비할 바는 아닐 정도로 저렴하다. 예를 들어 1억에서 1억 5천을 주면 방 두 개에 거실, 부엌이 딸린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중소형 도시가 스웨덴에는 많다. 

(물론 스웨덴도 요즘 물가가 많이 오르긴 했다.)


맑은 공기, 마실 수 있는 수돗물

스웨덴에 도착한 첫날, 물을 사러 동네 슈퍼에 갔는데 모두 스파클링 워터만 있어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래서 주변에 물어보니 물은 그냥 수돗물을 마시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난 후에도 싱크에서 물을 담아 먹는 게 영 적응이 되질 않았다. 이렇게 아낀 물값도 상당하겠다. 언제든지 마실 물이 집에 있다는 건 상당한 편의다.

공기 또한 맑다. 우리나라처럼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이 없다. 맑은 날 사진을 찍어 가끔 인스타에 올리는데, 친구들은 이렇게 맑은 하늘과 공기에 놀라곤 한다. 


스웨덴의 여름은 아름답다

여긴 여름이 정말 아름답다. 너무 덥지도 않아 한국처럼 푹푹 찌는 게 아니라 약간 더운 정도다. 그러면서도 습도가 낮아 조금만 그늘 진 곳이나 나무 밑에 있으면 여름도 시원하게 잘 보낼 수 있다. 남부를 기준으로 기온은 약 26-27도가 피크다. 그렇게 더운 피크도 2-3주만 족하다. 그러니 집집마다 에어컨이 없는 것이 당연할 정도다. 여름은 선풍기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여름은 상당히 짧다.

이와 반대로, 스웨덴의 겨울은 우울증 걸리기 딱 쉬운 날씨의 연속이다. 내가 사는 남부에는 눈도 자주 오지 않고, 영상 2도 정도에서 부슬부슬 비가 거의 매일 내린다. 겨울이 되면 해도 짧아지는데, 오전 10시에 해가 떠서 오후 3시에 어둑어둑해지는 그 우울한 겨울을 보내고 나면, 당장이라도 스웨덴을 뜨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렇게 우울하기 짝이 없는 긴 겨울을 보낸 덕분에 여름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건 아닐까?라고 말이다.  

 



이 밖에는 딱히 좋은 점은 없는 것 같다. 여기서 말한 만족스러운 점들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정반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점이 있겠다.





 


위로의 길을 따라 걸을 것 (안종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