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 슬퍼지네
스웨덴에 살면서 경험한 다분히 개인적 판단으로 점철된 '스웨덴 사람들의 이상한 점'이다.
절대로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스웨덴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물건을 잘못 배달한 경우도 판매자는 소비자에게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지 않는다. "Förlåt (미안해)"라는 사과의 말이 있음에도 이런 말을 하기보다는, "Jag är ledsen! (내가 슬퍼지네!)"라고 대신 말한다. '그런 일이 있었다니, 내가 다 슬퍼지네'라는 뜻이다. 잘못했다면 깨끗이 사과하고 넘어가면 될 것을, 왜 이런게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국에선 사소한 일에도 사과를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문화에 적응이 아직도 되진 않는다. 누군가는 잘못을 인정하면 법적 공방으로 넘어갈 경우 불리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은 적이 있지만 그렇게 논리적이지는 않다.
친절한 것 같지만 친절하지 않다
스웨덴 사람들이 꽤나 예의 바르고 친절한 것은 맞다. 그런데 이는 문제가 발생하기 전의 모습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이들은 꽤나 성격이 더럽다. 워낙 똥고집의 사람들이라 이들과 싸우려고 하면 싸울 수는 있지만 좋은 결론에 이르진 못한다. 그들이 내세우는 억지가 하늘을 찌를 정도로 어이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네 같은 경우는 아무리 싸워도 논리적으로 밀고 나가면 되는데, 여긴 논리 그런 것도 통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스웨덴 사람들도 되도록이면 싸움에 말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경향이 있다. 불평처럼 보이지 않게 둘러서 둘러서 불만을 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우리 정원에 잡초가 조금 있었는데 이를 두고 옆집 할머니가 "아이고 이쁜 하얀색 꽃을 많이도 폈네~"라며 아주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한 적이 있다. 나는 그게 불평인 줄 모르고, 우리 정원에 어디 흰꽃이 있지? 라며 갸우뚱거리며 "고마워요!"라고 대답했다. 알고 보니 잡초 뽑으라는 불평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었다. 조그마한 잡초들이 하얀색 꽃들을 피우고 있었던 것이었다.
외지인에 대한 반감이 대단하다
스웨덴 사람들은 UN도 참 좋아하고 세계평화에도 관심이 많고, 빈곤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UN에서 정한 인권에 대한 지식도 상당히 넓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 매너 또한 참 좋다.
그렇지만 이들이 가진 외지인에 대한 반감은 상당히 공격적일 정도로 안 좋다. 누군가는 무슬림을 향해,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물과 기름과 같아서 절대 섞이지 않는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무슬림에 대한 반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스웨덴 사람들은 현대에도 여전히 농경사회에서 살 때처럼 행동한다. 마을 규모의 좁은 사회 범주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스웨덴 사람들은 도시에 살기 시작한 역사가 짧아서 그렇다는 개인적 이론을 제시한 적이 있는데, 솔직히 고개가 끄떡여지는 설명이다. 도시에 살기 시작한 역사가 짧아서 그런지 이들은 여전히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을 상당히 어색해하거나 싫어한다. 그들은 늘 조그마한 친목 그룹을 만들고 그 속에서만 활동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시리아 난민과 같은 수많은 이주민들이 갑자기 등장해 속속히 스웨덴 사회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자, 그들의 외지인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들은 원래 그랬다. 스웨덴 사람들은 '이제까지 우리가 잘 지켜온 스웨덴의 가치와 사회적 시스템이 외지인이 들어와 망쳐 놓고 있다'라고 생각한다.
술만 먹으면 미친놈이 된다
지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스웨덴은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의 천국이라고 말이다. 그렇다. 스웨덴 사람들은 상당히 내향적이다. 이들에게 미국식 Small talk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 길 가다 낯선 사람이 말을 걸면 부담스러워하는 게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술만 먹으면 완전 돌변한다. 세상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이 없으며, 세상 이렇게 파티를 즐겁게 즐기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도 많고 흥도 많아 진다. 술이 필요한 민족이지만 알코올 중독자 수가 많기에 나라에서 주류 판매를 독점하고 있다.
시간의 효율성은 중요하지만, 기차는 언제나 늦는다
이들은 늘 말한다. 일을 하거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약속 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이다. 그렇다, 이들은 시간의 효율성을 철저하게 지킨다. 얼마나 정확하냐면, 누구네 집에서 저녁 6시에 저녁밥을 같이 먹기로 약속을 했다고 치자. 그럼 손님은 5시 50분에 근처로 가서 집 밖에서 기다렸다 58분이 되면 초인종을 누를 정도로 시간을 철저하게 지킨다. 약속보다 너무 빨리 가는 것도 예의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시간의 효율성을 지키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기차다. 스웨덴의 기차는 늘 연착되고 취소되고 지연된다. 그런 일이 한 달에 한 번 꼴로 일어난다면 이해가 된다. 그런데 그런 일이 일주일에도 여러 번 일어난다. 이렇게 큰 나라에서, 도시와 도시 간의 거리가 멀리 있는 곳에서 기차가 취소되면 상당히 곤란스러운 일이다. 버스도 자주 없기 때문이다. 개인에게는 시간의 효율성을 가르치는 사회가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인 기차는 왜 이리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것일까? 그건 스웨덴이 노후화된 열차 인프라 시설을 상당 기간 방치해 두었기 때문이다. 이미 노후화된 철도들을 정상적으로 돌려놓으려면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지만 그럴 돈이 현재는 없다. 그럼에도 기차값은 상당히 높다.
이렇게 기차가 지연, 취소될 때마다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비용에 얼마나 큰 손해가 오겠는가?
누드에 대한 관용이 높다
스웨덴 사람들은 누드에 관용이 높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우나도 남녀 공용이 있을 정도다. (물론 독일인만큼 관용이 높은 건 아닌 것 같다.) 또한 TV 프로그램을 보면 성기까지 노출된 누드가 나오는 프로그램이 꽤 있는데, 누드 장면 때문에 아동의 시청을 금하진 않을 정도로 관용적이다.
스웨덴 대학교 친구 중에 자기 교수랑 반 전체가 야외 학습을 간 적이 있는데, 어디 호수에서 잠시 쉴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남자 교수가 갑자기 옷을 훌러덩 모두 벗더니 수영을 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난, 아무리 모두 성인이라지만 제자들 앞에서 늙은 교수가 알몸으로 수영을 하는 건 조금 과한 행동이 아닌가 생각한 적이 있다.
커피에 진심인 사람들
이들은 커피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민족이다. 커피를 마시는 시간을 피카(FIKA)라고 부르는데, 이 시간은 무조건 지키는 게 국룰일 정도다. 이 시간이 되면 만사를 제쳐두고 커피를 마시러 간다. 모두가 그러니까 문제는 없다.
스웨덴의 커피는 다른 나라의 커피보다 진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해외여행을 가면 꼭 동네 마트에서 산 커피를 챙겨갈 정도다. 아마도 다른 나라 커피는 그들 입맛에 맞지가 않는가 보다.
짠 걸 너무 좋아한다
스웨덴 사람들이 먹는 음식들은 대부분 짜다. 짜도 너무 짜서 경상도에서 온 내가 먹어도 짜서 인상이 구겨질 정도다. 예전에 스웨덴 크리스마스 전통 음식점을 간 적이 있는데, 음식점을 나올 때는 진심 몸이 아플 정도로 모든 음식이 짰다. 소시지도 소금 덩어리이고, 생선도 소금에 절여 보관한 음식이 많기 때문이다. '
감자칩도 너무 짜다. 짜서 감자칩도 먹기가 힘들 정도다. 이해를 할 수 없는 게, 이들은 주로 건강한 음식을 먹느라 튀김과 같은 기름진 음식은 싫어하면서 짠 음식은 잘도 먹는다는 것이다. 기름진 거나 짠 거나 몸에 안 좋은 건 마찬가지가 아닐까?
북유럽에 대한 이상한 판타지는 어디서 기원했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 사람들이 스웨덴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하긴 그렇게 나도 환상에 속아서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스웨덴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이다.) 그렇지만 스웨덴 또한 사람 사는 곳이라 별반 다를 것 없이 이상한 사람들도 많다. 북유럽에 대한 과한 환상은 상당히 잘못된 점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