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개처럼 먹지 않을까?

by 안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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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그리퐁(Griffon) 강아지가 있다. 이름은 알도. 남자 같은 이름이지만, 사실은 귀여운 숙녀다. 가끔 엄마 없이 키워져서 그런지 꼬질꼬질 망나니로 제멋대로 자라는 것 같아 흐뭇하다.

남들은 못생겼다고 말한다. 우리 엄니도 '어디서 저런 검고 못생긴 강아지를 구해 왔냐?'라고 말할 정도였다. 우리 알도는 못생긴 게 아니라, 전형적으로 이쁘고 이쁘게 생긴 얼굴이 아닐 뿐이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매력이 철철 넘친다. 왜 그걸 모르니?


알도의 매력에 한번 빠진 이들은 벗어나질 못한다. 이웃집 할머니 두 분이 그렇고, 덴마크에 사는 친구가 그렇다. 처음엔 다들 왠 못생긴 강아지냐, 이런 반응이었는데 지금은 아주 좋아서 죽는다. 우리 알도는 온몸으로 사람을 반기는 재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딸바보가 되었으니, 이를 영어로 어떻게 말해주면 좋을까 생각하다. You are a daughter's idiot! 이라고 말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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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처음으로 내 책임 하에 키워보니,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것들이 아주 많았다. 우선 어떻게 먹일 것인가? 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던 시기를 보냈다.

지금은 반려견용 고기 동그랑땡? 같은 걸 사서 준다. 간식도 말린 간이나 폐 같은 소고기 부속물을 준다. 그런데 문제는 이웃집 할머니들이다. 뭐든 손에 잡히는 대로 알도에게 먹인다. 한 번은 초콜릿 쿠키를 주는 모습을 보고 식겁을 한 적이 있었다. 그 할머니는 개 하나 가지고 뭔 난리를 치냐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초콜릿이 강아지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무리 설명해도 전혀 못 알아듣는 눈치였다. '나도 먹는데?' 이 표정이었다. 문제는 자기가 간식으로 먹는 치즈, 빵 이런 걸 아무 거리낌 없이 준다는 거다. 하루는 얼마나 먹여 놓았던지 배가 빵빵해져 있었다.


알도를 키우면서 요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개처럼 안 먹지?


소금은 안 되고, 설탕도 안 되고, 치즈는 워낙 좋아하니 조금만 맛보게 주자. 이런 식으로 철저하게 식단을 관리해 주는데, 정작 나는 아무것이나 먹어댄다.

왜 내가 소중히 키우는 개에게는 철저하게 식단을 관리하라고 하면서, 내 몸은 이딴 식으로 관리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음...


개가 먹는 만큼만 먹어도 훨씬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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