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의 22가지 스토리규칙
#5
Simplify. Focus. Combine characters.
Hop over detours.
You’ll feel like you’re losing valuable stuff but it sets you free.
단순하게, 집중하라. 캐릭터를 합쳐라.
잔가지들은 건너뛰어라.
가치 있는 것을 잃는 기분이 들겠지만, 그것이 너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 출처: https://x.com/lawnrocket/status/51792487429316609
픽사의 다섯 번째 규칙은
글쓰기의 미니멀리즘을 강조한다.
가장 중요한 핵심에 집중하고,
관련 없거나 방해가 되는 요소들은 과감히 쳐내라는 것.
머리로 이해하기엔 참 쉬운 말이다.
하지만 막상 내 글에 적용하려 하면
가장 지키기 어려운 규칙이기도 하다.
글을 쓸 때 우리는 문장 하나, 단어 하나에 공을 들인다.
그렇게 공들여 쓴 문장이 전체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을 때,
글쓴이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 문장 진짜 잘 썼는데.."
"이 에피소드는 정말 재미있는데.."
열심히 쓴 게 아까워서,
혹은 언젠가 쓸모가 있을 것 같아서
어떻게든 살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픽사는 단호하게 말한다.
그 미련들이 글을 혼란에 빠뜨린다고.
독자가 길을 잃게 만드는 건,
대부분 작가가 버리지 못한 '욕심' 때문이다.
이 규칙을 지키려면 애초에 곁가지를 뻗지 않고
핵심만 쓰는 단단한 사고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행히도 나는
그렇게 체계적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글을 쓰다 보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꾸만 샛길로 빠지는 타입이다.
A를 쓰다가 갑자기 B가 생각나고,
B를 쓰다 보니 기막힌 C가 떠오르는 식이다.
이 산만함이 창의력의 원천이라고도 하지만,
결국 글을 완성하지 못하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했다.
생각을 통제할 수 없다면, 그 생각을 다루는 방식을 바꿔야 했다.
그래서 내가 글쓰기 공부를 하며 찾아낸 방법은
쓰레기통이 아닌 아이디어창고를 옆에 두기로 했다.
글을 쓸 때 펜과 메모장을 옆에 펼쳐 두거나,
컴퓨터 화면 한구석에 새 메모장을 띄워놓는다.
혹은 노션에 아이디어 페이지를 열어둔다.
일단 생각나는 대로 쓰되,
지금 쓰고 있는 주제와 관련은 없지만
꽤 괜찮다고 여겨지는 생각이 튀어나오면?
그 문장을 지우는 대신,
재빨리 옆에 있는 메모장으로 옮겨 적는다.
"이건 버리는 게 아니야.
나중에 다른 글에 쓰려고 저장해 두는 거야."
스스로에게 그렇게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며
본문의 흐름에서 떼어내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분리를 하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소중한 아이디어를 잃어버렸다는 상실감 대신,
지금 쓰고 있는 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된다.
픽사의 조언 그대로다.
You’ll feel like you’re losing valuable stuff but it sets you free.
가치 있는 걸 잃는 것 같겠지만, 그것이 너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잔가지를 쳐내는 건 나무를 아프게 하는 게 아니라,
나무가 더 곧고 튼튼하게 자라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그러니 과감하게 쳐내야 한다.
다만 이 방법에도 부작용은 있다.
생각의 흐름이 워낙 자유분방하다 보니,
메모장에 파생된 조각난 글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쌓여간다는 점이다.
이 조각들이 의미를 가지려면
결국 언젠가는 완성을 시켜야 한다.
쌓여가는 메모들을 보며
다시 한번 지난 3번 규칙의 다짐을 떠올린다.
끝까지 써야 한다.
버림으로써 얻은 자유로 지금의 글을 완성하고,
남겨둔 메모들도 언젠가 마침표를 찍어주어야겠다는
새로운 숙제를 안고 간다.
단순함은 언제나 복잡함보다 어렵다.
하지만 그 단순함이 사람들을 설득하고 몰입하게 만든다.
이걸 잊지 말고
과감하게 곁가지들을 쳐내며
글을 써야겠다.
다음 글에서는 캐릭터를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픽사의 여섯 번째 스토리 규칙을 살펴보려 한다.
또 어떤 조언들로 나에게 영감을 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