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 이야기의 뼈대를 세우는 마법의 주문

픽사의 22가지 스토리규칙

by Seul
Study_022_title.png


제4 규칙

옛날 옛적에 ___가 있었다.

매일 ___ 했다.

그러던 어느 날 ___ 했다.

그 때문에 ___ 했다.

그 때문에 ___ 했다.

마침내 ___ 하게 되었다.


#4
Once upon a time there was ___.
Every day, ___.
One day ___.
Because of that, ___.
Because of that, ___.
Until finally ___.

옛날 옛적에 ___가 있었다.
매일 ___ 했다.
그러던 어느 날 ___ 했다.
그 때문에 ___ 했다.
그 때문에 ___ 했다.
마침내 ___ 하게 되었다.

- 출처: https://x.com/lawnrocket/status/51788817111330816




픽사의 네 번째 스토리 규칙은

마치 동화책의 첫 페이지처럼 들린다.


너무 기초적이라

이걸 누가 모르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단순하고 익숙한 문장들이

흔들리는 이야기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가장 강력한 뼈대가 된다.




이야기의 척추를 세우는 6단계

이 규칙은 복잡한 스토리를

가장 본질적인 형태로 압축하는 과정이다.


1. 옛날 옛적에 OOO이 있었다.

(캐릭터와 배경 소개)

2. 매일 OOOO 했다.

(일상의 반복)

3. 그러던 어느 날, OOOO 했다.

(사건의 시작, 균열)

4. 그 때문에, OOOO 했다.

(사건에 의한 결과)

5. 그 때문에, OOOO 했다.

(위기의 고조)

6. 마침내 OOOO 하게 되었다.

(결말 및 변화)


이 구조의 핵심은

빈칸을 채우는 데 있지 않다.


진짜 중요한 건

문장과 문장을 잇는 접속사다.




그리고가 아니라

그 때문에여야 한다.


초보 작가들이

가장 자주 저지르는 실수가

사건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라고 한다.


글을 쓰기 시작한 나 역시

그 실수를 반복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이야기의 구조를 짠답시고

사건들을 나열해 놓았고,

그게 구조인 줄 착각했다.


그렇게 짠 결과물은

평범하고 재미가 없는 밋밋한 이야기뿐이었다.


머릿속 아이디어일 때는 반짝반짝 빛났는데.

글로 옮겨 놓으니 왜 이렇게 재미가 없을까.


고민과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사건 A가 일어났다.

그리고 사건 B가 일어났다.

그리고 사건 C도 일어났다."


접속사 그리고로 이어지는 순간

세상 지루하고 겉도는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저 차분히 사건을 나열하고자 했을 뿐이라고 변명해 봐도,

생명력 없는 내 이야기에 괜스레 울적해지곤 했다.


그런 나에게 픽사의 규칙은 분명하게 말한다.

Because of that (그 때문에)으로 연결하라고.




단순히 접속사 교체가 아니다.

그래서 급한 마음에 접속사를 바꿔 보았다.

그리고를 지우고 그 때문에를 넣어보았다.


그런데 아까보다는 나아졌지만

뭔가 억지스러웠다.


문장은 이어지는데

내용은 여전히 겉도는 느낌.


그제야 깨달았다.

픽사가 말한 건

단순히 접속사를 바꾸라는 말이 아니었다.


사건 A가 원인이 되어

사건 B가 터지고,

B 때문에 어쩔 수 없이 C를 선택해야 하는

필연적인 과정을 만들라는 뜻이었다.


접속사를 바꾸는 게 아니라

사건의 관계를 바꿔야 했다.


이 촘촘한 인과관계가 뒷받침되어야

이야기를 뜬금없는 곳으로 흐르지 않고

단단해진다.




뻔한 이야기가 될까

두렵다면


물론 걱정도 앞섰다.


모든 사건을 이런 인과관계로만 짜면

구조가 너무 뻔하고 식상해지지 않을까?


하지만 그건 이 뼈대가 시작이라는 걸 잊고 있어서였다.


뼈대를 탄탄히 세우는 건,

그 위에 어떤 건물을 짓든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즉, 픽사의 조언은

이런 똑같은 구조의 스토리를 쓰라는 말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는 스토리의 골조를 만들라는 뜻이었다.


탄탄한 뼈대는

더 설득력 있고

감동을 주는 글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밑바탕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그러니 일단 뼈대부터 세우자.


이제 이해했다.

그래서 실천해 봤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그 때문에"를 연결하다 보면

이야기가 막히기도 하고,

억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물론 길을 잃다고 헤매다가 우연히 보석 같은 이야기를 발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막연한 요행을 바라기보다,

확실한 지도를 들고 완주를 목표로 달리는 편

내가 원하는 글을 완성하기에는 훨씬 유리하다.


특히 내가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설령 이 방법으로 쓰다가

길을 잃더라도 괜찮다.


그럴 때는 이 뼈대가

돌아갈 길을 알려줄 테니까.


만약 길을 잃어 보물을 찾았다면?

그때는 뼈대를 다시 세우면 된다.

뼈대가 영원불멸의 법칙은 아니니까.


그러니 어렵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복잡한 생각으로 이야기가 길을 잃으려 할 때,

그저 조용히 이 마법의 주문을 외워보려 한다.


옛날 옛적에...

매일...

그러던 어느 날...

그 때문에..

그 때문에..

마침내..


이 여섯 문장만 완성할 수 있다면,

그 이야기는 이미 시작은 성공한 셈일 테니까.




마치며

이번 글을 통해 이야기의 뼈대를

안정적으로 세우는 방법을 배웠다.


물론 이것이

절대무적의 공식은 아니다.


하지만 쓰고자 하는 이야기를

조금 더 탄탄하게 만드는

확실한 출발점이라는 건

분명하다.


이제는 막연히 쓰기 시작하기보다,

먼저 이 문장들을 채워보려 한다.


중요한 건

빈칸을 채우는 게 아니라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는 걸 잊지 않으며.


다음 글에서는

이야기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조금은 단호한 규칙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021. 진짜 주제는 마침표 뒤에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