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의 22가지 스토리규칙
#3
Trying for theme is important,
but you won’t see what the story is actually about til you’re at the end of it.
Now rewrite.
주제를 잡으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짜 무엇에 관한 것인지는 끝까지 써보기 전에는 작가 자신도 알 수 없다.
그러니, 다시 써라.
- 출처: https://x.com/lawnrocket/status/51787942422781952
픽사의 세 번째 스토리 규칙은
다소 잔인하게 들린다.
주제를 정하는 건 중요하지만,
그 주제가 이야기 속에 제대로 녹아들었는지는
마침표를 찍기 전까지 알 수 없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덧붙인다.
그러니, 다시 써라.
Now rewrite.
나는 글을 쓸 때
마치 수다 떨 듯 쓰는 편이다.
책 ⟪힘 있는 글쓰기⟫에서 말한
개방형 글쓰기처럼 말이다.
생각이 흐르는 대로 타자를 치다 보면
주제가 강물처럼 이리저리 흘러간다.
특히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처음에 잡았던 주제에서 벗어나
불필요한 사족이 붙고,
관련 없는 이야기들이 불쑥 끼어들곤 한다.
좋게 말하면
아이디어가 넘치는 것이고,
냉정하게 말하면
글에 일관성이 없는 것이다.
그래도 블로그에 쓰는 글은
비교적 호흡이 짧고 주제가 단순한 편이라
어떻게든 끝까지 쓸 수 있었다.
문제는 내가 진짜 쓰고 싶었던
창작 소설을 쓸 때였다.
긴 호흡의 글을 쓰려하면
나는 늘 길을 잃고 중간에 멈춰 섰다.
끝까지 쓰지 못하는 핑계는
백만 가지나 되었다.
"세계관이 감당 못 하게 커져 버렸어."
"이건 내가 쓰기엔 너무 복잡한 이야기야."
"주제가 흐릿해졌어."
그렇게 수많은 이야기가 결말을 맺지 못한 채
서랍 속에 잠들었다.
하지만 이 세 번째 규칙은
글을 쓰다 멈춰버린 나에게
따뜻한 안도감과 용기를 건넨다.
"너만 그런 것이 아니다."
모두가 처음부터
완벽한 주제를 들고 쓰는 건 아니라는 안도.
누구나 쓰다 보면
길을 잃기 마련이라는 위로.
무엇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쓰면
결국 진짜 주제를 찾을 거라는 희망.
그리고 혹시 길을 잃었더라도
다시 찾을 수 있는,
다시 쓸 수 있는 기회가
언제든 있다는 용기.
내가 멈췄던 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아직
끝까지 가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동안
이야기를 완성하지 못했기에,
내 이야기가 품고 있는
진짜 빛나는 주제를 만날 기회조차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러니 처음 세운 주제가
불변의 정답이 아님을 이해하고,
일단은 묵묵히 끝까지 가보자고
다짐한다.
솔직히 글을 쓸 때 가장 어려운 일은
책상 앞에 앉는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어려운 건
글을 끝까지 쓰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이 조언을 믿고
멈춰 둔 글을 다시 이어가 보려 한다.
중간에 이야기가 헝클어져도,
생각보다 별로인 것 같아도
괜찮다.
두려움과 핑계를 걷어내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다.
"일단 쓰자."
"끝까지 가보자."
진짜 퇴고는,
그리고 진짜 주제의 발견은
그 마침표 뒤에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이 규칙에서 얻은 위로를 동력 삼아,
포기하지 않고 글을 끝까지 써보려 한다.
지금 당장 헤맨다고
멈추지 말자.
헤매고 난 후에야
진짜 길을 찾을 수 있으니까!
다음 글에서는
픽사의 네 번째 스토리 규칙을
살펴보려 한다.
이야기 구조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마법의 문장 형식에 대한 규칙이라고 하니,
또 어떤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게 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