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 나만 재밌는 글은 외로운 독백

픽사의 22가지 스토리 규칙

by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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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규칙

작가로서 쓰는 게 즐거운 것과,

관객으로서 보기에 흥미로운 것은 다르다.

이 둘은 매우 다를 수 있다.


#2
You gotta keep in mind what’s interesting to you as an audience,
not what’s fun to do as a writer.
They can be v. different.
작가로서 쓰는 게 즐거운 것과,
관객으로서 보기에 흥미로운 것은 다르다.
이 둘은 매우 다를 수 있다.

- 출처: https://x.com/lawnrocket/status/51786731732738048


픽사의 두 번째 스토리 규칙은
너무 기본적인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래서 오히려
가장 쉽게 놓치기 쉬운 조언이기도 하다.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




쓰는 재미 vs 읽는 재미, 그 사이의 간극


물론 작가로서 쓰는 과정 자체가 즐거운 건 중요하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계속 쓸 수 있으니까.


하지만 글은
읽는 사람이 존재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래서 우리는

내 안의 즐거움에만 머물지 않고,

독자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지점에서 흥미를 느끼는지
의식적으로, 때로는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알지만, 가장 어려운 규칙


이 조언이
누군가에게는 너무 당연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실천하기 가장 어려운 규칙이다.


나에게 흥미로운 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흥미로울 거라는 보장이 없고,


나의 취향은

지극히 내밀한 세계를 향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에게 흥미롭지 않은 주제를

오직 남들을 위해 억지로 쓰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내 취향과 대중의 시선.

그 간극을 좁히려고 매번 애쓰지만,


출발선 자체가 다르니 아무리 노력해도

여전히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래서 나는 퇴고를 선택했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무식할 정도로 퇴고하는 것이다.


블로그에 글을 하나 올릴 때도

열 번 넘게 고치고 또 고친다.


내 머릿속에서만 재밌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읽히는 이야기가 되기를 바라며

읽고 또 읽고, 다시 읽으며 문장을 다듬는다.


이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하나다.

철저히 독자의 시선으로 읽는 것.


"내가 독자라면 이 글을 왜 끝가지 읽어야 하지?"

“여기서 지루해지지는 않을까?"


물론 퇴고를 아무리 반복해도

독자의 흥미 지점을 완벽히 맞추는 건

여전히 너무너무 어렵다.


그래서 이 규칙은

머리로 이해하기보다


계속 쓰고, 계속 고치며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며
온몸으로 부딪혀 익혀야 하는 규칙인 것 같다.




예술가 병에 걸렸던 시절


솔직히 고백하자면,

글 한 편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주제에

한때 ‘예술가 병’에 걸려 있었다.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이야기는

유치하다고 여겼고,


아주 좁고 깊은
나만의 세계에 갇혀

혼자만 아는 글을 쓰고 싶어 했다.


그게 더 예술적인 태도라고

착각했다.


물론 대가가 쓴다면
그런 글도 가치를 가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평범한 사람이고,
깊은 생각을 공감 가는 언어로 풀어내는 데
매우 서툰 사람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더욱 서툴렀기에

결과는 뻔했다.


아무도 읽지 않는 글,

세상에 닿지 못한 외로운 독백이 되었다.




소재는 마이너 하게,

전달은 메이저하게


그 실패 속에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걸까.


고민 끝에

늘 도달한 답은 같았다.

공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글을 통해 만나고 싶다는 마음.


그렇다면 내 생각의 틀을 고집할 게 아니라,

독자가 들어올 수 있는 문을 열어줘야 한다.


소재가 마이너(Minor)라고 해도

그걸 풀어내는 방식은 메이저(Major)여야 한다.


머리로는 알지만

글로 옮길 때는 여전히 쉽지 않다.




독자를 생각하는 건

타협이 아니라 배려다.


독자를 생각한다고 해서
내 이야기를 버리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마음에 닿을 수 있도록

가장 좋은 그릇을 고르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계속 쓰고,
계속 지우고 다시 쓰며

나만의 접점을 찾아가려 한다.




마치며


내가 좋아서 쓴 글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도 닿을 수 있도록.


내 글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재미와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지루한 퇴고를 반복한다.


픽사의 두 번째 규칙은

그 지루한 과정을 견뎌내라고,


그것이 작가의 자세라고

조용히 응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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