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리나 Dec 06. 2021

브런치, 요새 대체 왜 이러는 걸까?

개선 아닌 개악을 거듭하는 업데이트, 최선입니까? 


나는 브런치를 매우 좋아한다.

 물론 브런치 덕분에 작가로 데뷔할 수 있었고 책도 두 권이나 낼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브런치 앱의 일관된 정체성이었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다지 변질하거나 무리수를 두지 않고, '글쓰기에 최적화된, 작가들을 위한 플랫폼'이라는 초심을 그럭저럭 잘 지켜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가 브런치 앱을 이용하여 글을 써왔던 지난 6년 간 나는 브런치 앱에 길들여졌고, 락인된 작가이자 독자였다. 그런데 그런 내 입장에서 봤을 때, 최근 보이고 있는 브런치의 행보는 매우 실망스럽다.


 12월 2일 목요일이었다. 지하철에 타자마자 평소처럼 습관적으로 브런치를 켰는데, 뭔가 이상했다. 브런치 앱 화면이 전부 새카매져 있었던 것이다.



 나는 무척 당황했다. 처음에는 뭔가 잘못된 줄 알았다. 그래서 브런치 앱을 몇 번 강제 종료한 다음 다시 켜 보아도 보이는 것은 똑같은 검은 화면뿐이었다. 


 나는 당황하여 주변에 브런치를 이용하는 유저들에게도 물어보았다. 


"브런치 작가님들, 혹시 브런치 앱이 갑자기 까매지지 않았나요?"


 그런데 나 외에 브런치 앱이 시커메진 사람들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매우 당황했다. 그러다 문득 혹시 다크 모드 업데이트가 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워졌다. 그러나 보통 다크 모드 추가 업데이트를 할 때도 이렇게 유저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강제로 화면을 바꾸진 않는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나는 브런치 앱의 설정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런 짓을 할 거였으면 적어도 실험실엔 먼저 넣었어야지, 브런치...ㅠㅠ


그런데 설정 어디에도 '라이트/다크 모드 설정하기' 나 '테마 설정' 메뉴가 없는 것 아닌가. 여기서 나는 2차 당황을 했다. 나는 그동안 다른 전자책이나, 콘텐츠 뷰어 앱이 라이트 모드만 지원하다가 중간에 다크 모드가 업데이트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해 왔다. 그런데 그중 어느 경우도, 다크 모드가 생겼다고 해서 앱 업데이트와 동시에 강제로 적용이 되어버리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콘텐츠 뷰어 앱에서 다크 모드가 없다가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되는 경우, 보통은 다음과 같은 절차와 과정을 거친다. 




지극히 일반적인 뷰어 앱의 다크 모드 업데이트 및 안내 과정 


1. 다크 모드 업데이트가 되었음을 유저에게 팝업창, 공지, 푸시 등으로 안내 

2. 팝업창이나 공지사항으로 다크 모드 설정 방법 및 경로를 안내

3. 설정 메뉴에 들어가면 'N(혹은 new)' 표시와 함께 '라이트/다크 모드 설정하기' 토글이 생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음

4. 라이트 모드밖에 옵션이 없었던 기존 유저 중, 신규로 생성된 다크 모드를 사용하길 원할 경우 토글로 유저가 직접 선택 후 적용 가능 




 가장 키포인트는 기존 유저의 경우 디폴트가 라이트 모드라는 것이다. 왜냐, 다크 모드가 추가되었다는 것은 기존에는 라이트 모드 밖에 옵션이 없었다는 것이므로. 당연히 기존 유저들에게는 라이트 모드의 화면이 익숙하다. 다만, '다크 모드'라는 새로운 기능이 생겼음을 안내했을 때, 원하는 유저의 경우 다크 모드 옵션을 선택하여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인 것이다. 


 그런데 브런치는 내 앱의 인터페이스를 강제로 바꿨다. 업데이트를 하면서 그들이 그렇게 결정했고 내게는 통보를 했을 뿐 아니라 갑자기 하루아침에 바뀌어버린 화면은 내 뜻대로 다시 원상 복구할 수도 없었다. 이 상황에 나는 너무도 답답했고, 화가 났다. 그저 이런 생각만 났다. 



'하............ 브런치가 또.............'



불과 얼마 전에 브런치를 까는 글 (141편의 글을 수정하다)을 썼던 내가 다시 또 이렇게 타자기를 치켜세우는 이유는, 최근 이렇게 브런치 앱 업데이트를 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느껴지는 브런치 팀의 유저에 대한 반복적인 무신경함 때문이다.  


 결국 나는 플레이스토어에 접속해서 브런치 앱을 찾아보고 나서야 그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스마트폰에서 다크 모드 설정이 되면 강제로 다크 모드가 되어버리는 콘텐츠 뷰어 앱이 있다..??



 아니............. 스마트폰 시스템에서 다크 모드 설정이 되어 있으면 강제로 앱이 다크 모드가 되는 앱이라니.. 그것도 주로 텍스트 콘텐츠를 소비하는 앱에서....... 어떻게 이런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모바일 디바이스로 텍스트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종이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독자들보다 더 '커스터마이징(개인화)'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화된 화면에 따라 가독성이 크게 차이가 나니까. 스마트폰 시스템의 기본 폰트를 변경하고, 위젯으로 컬러를 설정하고, 폰트 크기를 설정하는 등 세밀히 조정을 해두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누군가는 흰 배경이 잘 읽히고, 누군가는 검은 배경이 잘 읽힐 수 있다. 그런데, 나는 단지 스마트폰의 기본 시스템 디스플레이를 다크 모드로 사용한다는 이유로 브런치를 하루아침에 꼼짝없이 색 반전 화면으로 볼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누구보다도 작가와 독자를 위한 플랫폼인 것처럼 보이는 브런치가, 개인화 영역을 아무렇지도 않게 침범한 것이다. 


 마치 내가 모바일 화면에서 가장 글을 잘 쓰고, 읽을 수 있는 형태로 꾸며둔 나만의 글방에 어느 날 누군가 새까만 먹물을 쏟아부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제부터는 검은 종이에 흰 글씨로 봐야 해. 선택권은 없어'라고 선언을 당한 느낌?


 나는 충격을 받아서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최근 이렇게 벌어지고 있는 브런치 앱 업데이트 과정에서의 일련의 삽질은 대체 무엇이 원인인 것일까? 나는 외치고 싶어졌다. 기존 유저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이 무식한 업데이트 방식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요. 브런치 팀에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심지어 브런치 팀 브런치에 올라온 다크 모드 추가 업데이트 공지글에서 다크 모드 설정 방법 글을 박스 인용으로 처리했더니 회색이라서 가독성 떨어지는 것도 한 편의 코미디 같다. 브런치 지금 정말 장난하는 것인지?


심지어는 내가 쓴 내 글도 다시 못 보겠다.



 특히 이렇게 글자에 색상이라도 입힌 글들을 보면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지난번에 이어 또 한 번 글들을 한편 한편 다 열어서 일일이 수정해야 하나 고민까지 하고 있다.


 그동안 브런치 앱에 다크 모드를 넣어달라는 CS가 종종 있었던 것은 알고 있었다. 앱 리뷰나 다른 글들에서도 몇 번 봤었으니까.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들이 바랐던 것은 다크 모드 옵션이 '추가'되는 것이었지, 결코 '강제 적용'해달라는 말은 아니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브런치팀에서 어떤 변명을 할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유저의 다양한 사용 스타일을 무시하고 단지 '다크 모드도 만들어주세요'라는 CS가 많이 접수됐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식의 무식한 업데이트를 하는 것은 정말 곤란하다. 


 이번 업데이트가 정말 참담한 점은, 나름대로 유저의 니즈를 파악하고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던 브런치 팀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시스템을 다크 모드로 쓰는 사람은 무조건 모든 앱을 다크 모드로 쓸 것'이라는, 그들의 유저에 대한 무성의하고 납작한 판단이 이런 참사를 낳은 것이다. 


결국 열 받아서 댓글 담. 이런 건 난 또 못 참지 222.jpg 


 심지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구글 크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조차, 라이트 모드 / 다크 모드는 무조건 시스템 설정을 따르지 않는 개별 설정이다. 옵션에 '시스템 설정에 따름'이라는 옵션도 엄연히 별도 존재한다. 인스타그램 같은 SNS도 이런 게 다 있다. 그런데 혹시라도 브런치 앱 내에 개별 설정을 넣기 귀찮아서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기본 시스템 설정을 따르는 방향으로 대충 개발하여 업데이트를 적용한 것이라면 브런치 팀에 매우 실망하게 될 것 같다. 


 당분간 나는 브런치 모바일 앱으로는 어떠한 글도 읽지 않을 예정이다. 이동 중에 급하게 글을 수정하거나 발행해야 할 일이 있을 때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서 앱을 아예 지우지는 못하겠지만, 내가 일기장에 정성스래 채워둔 것 같은 글들에 누가 갑자기 지울 수 없는 잉크를 쏟아붓고, 흰색 글씨로 덧씌운 느낌을 도저히 버리지 못하겠다. 


 ^작가와 독자^를 위한 서비스라면서, 왜 자꾸 가독성을 해치는 방향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하는지 모르겠다. 내 글도 제대로 읽지 못하겠는데,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본인이 쓴 글도 다시 보기 싫게 만드는 서비스라면 이 서비스의 본질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렇게 브런치 앱은 모바일 활성 유저이자 독자를 한 명 잃은 셈이다. 물론 이 사실이 그들에게 의미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애초에 이런 방식으로 업데이트를 하진 않았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141편의 글을 수정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